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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핏 Mar 27. 2020

영화 <주디>, 르네 젤위거의 새 인생 캐릭터

평범한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스타, 주디 갤런드의 이야기 



영화 <주디>를 봤다. 르네 젤위거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녀의 연기가 궁금했다.

이 영화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로 유명한 배우 주디 갤런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줄거리만 읽어봐도 그녀의 실제 삶이 상당히 불우하고 기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화려하지만 속은 썩어있는 쇼 비즈니스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주디 갤런드(본명은 프랜시스 에셀 검 1922년 ~ 1969년)


결국 캐릭터


  <주디>는 철저히 주디 갤런드라는 인물에 집중한다. 극본을 엄청나게 잘 썼다거나 엄청난 볼거리가 있다거나 화려한 영화는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클래식해서 촌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이 간다. 왜일까. 이 영화의 가운데에'사람'이 서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볼거리나 이야기를 강조하다 캐릭터를 놓치고 가는 영화들을 많이 봤다. 이야기의 구조에 집착하는 작가들의 노력으로 인해 오히려 캐릭터가 이상해지는 영화들은 내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결국 스토리텔링의 본질은 인간, 즉 캐릭터에게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재미를 추구한다지만 인간은 의미 없는 일을 싫어한다. 우리가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는 순간은 그 이야기로부터 인간적인 어떤 면을 발견할 때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 영화에는 적어도 실존 인물이었던 주디 갤런드가 있고, 그 배역을 연기하는 르네 젤위거라는 걸출한 배우가 있다. 따라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어찌 보면 요즘 들어 드물어진 클래식한 영화였고, 본질을 이야기하는 영화란 느낌을 받았다.


 보다보면 이야기의 명확한 포인트가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실존인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극 중 주디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처럼 우리 삶은 걷는 것 그 자체이며 그게 전부다. 어떤 영화는 좀 뭉툭해도 된다고 본다. 적어도 난 이 영화에게 이야기적인 뾰족함을 바라고 싶지 않다.


브리짓 존스를 벗어난 '르네 젤위거'



 르네 젤위거의 연기만으로, 그녀가 스크린을 장악하는 힘만으로 나는 이 영화를 118분 간 즐길 수 있었다. 절대 지루한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꽤 다채롭다. 슬프고, 아름다웠다가 시궁창에 처박히기도 한다.

 모두 르네 젤위거의 연기가 만든 리듬이다. 영화 매체가 아무리 발달하고 몸 따로 얼굴 따로 찍어 합성하고 심지어 그래픽이 배우의 얼굴을 대신하는 시대지만 결국 최종 실연자인 배우에 몸짓과 목소리, 표정에 관객은 좌우된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배우의 존재 가치다. 르네 젤위거 같은 배우가 있기 때문에 세상 모든 직업이 기계에게 자리를 빼앗겨도 배우는 살아남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오랜만에 눈물을 많이 흘린 영화라서 추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럼에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주디를 보며 울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희망은 늘 저 너머에 있지만 우리는 아무리 시궁창에 처박혀서도 희망을 찾는다. 그것이 인간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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