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갈비 양념구이

할머니의 아름다운 요리

by 곰곰

할머니는 김포 부자집 셋째 딸이었다.


어릴 때 할머니와 대화하다 보면 복식, 요리, 셈법, 욕심 등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들을 수 있었다. 옷을 잘 입는 것도 투자라던가, 좋은 요리를 먹을 줄 알아야 복이 온다던가, 욕심을 칼처럼 잘 갈아서 필요헐 때만 요긴하게 써야 한다던가. 말 안듣는 자식, 성에 안차는 며느리에 대한 답답함을 다서여섯살짜리 손주들에게 털어놓을 때마다 그런 이야기들을 간간히 섞어서 해주시곤 했다.


하지만 꼬맹이들이 알아들으면 얼마나 알아들었겠는가. 우리는 할머니에게 안겨서 배고프다고 심심하다고 칭얼대기 일쑤였다. 그럴때마다 할머니는 작은 부엌에서 혹은 방 한 가운데 화로 옆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셨다.


할머니는 다양한 식재료를 잘 이해하고 계셨고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단순한 방법으로도 훌륭하게 맛을 가미하거나 끌어내셨던 것 같다. 만들 수 있는 요리도 많아서 제사 때마다 계절마다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마다 그에 어울리는 요리를 해주시곤 했다.


하루는 내가 학교에서 갈탄 연기를 잔뜩 마시고 집에 오자마자 어지러워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다음날 잠들었다 깬 내 앞에 고추장과 숯 향이 은은하게 나는 붉은 등갈비 구이와 시원한 동치미 사발이 놓여져 있었다. 소갈비찜을 하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해 돼지갈비를 쓰셨을 것이고, 찜보다는 숯불에 구운 것을 좋아하는 손주를 위해 등갈비를 구우셨을 것이다. 하루를 꼬박 자느라 배가 고팠던 나는 갈비에 붙은 살까지 싹 뜯어 먹고 기운을 차렸다. 나는 너무 맛나게 먹었는데 할머니는 계속 “소갈비를 해줘야하는디…” 하시던 것이 기억난다.


엊그제 집에서 오랜만에 등갈비를 구워보았다. 숯불은 아니고 오븐에 구운 것이지만은 양념과 고기 손질 방식은 할머니에게 배운 그대로. 여전히 맛있구나. 참 간단한 조리법인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18000원 정도의 등갈비로 둘이서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조리법>


1) 고기는 핏물을 빼고 된장 풀어 끓인 물에 데친 후 얼음물에 담가둔다.


2) 고추장과 간장, 사이다, 녹차물, 식초를 비율대로 섞어 양념을 만든다.


3) 고기와 양념을 잘 섞고 하루 정도 냉장고에 보관한다.


4) 뼈쪽을 아래로 두고 충분히 구운 후 좀 태워 마무리한다.


금지옥엽으로 모자람 없이 살았던 할머니였지만 식민지-전쟁으로 이어지는 기막힌 한국 현대사의 고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기구한 결혼생활과 환난이 겹친 세월을 이겨내는 동안 할머니는 더 강해졌고 지혜로워졌다. 어릴 적 맛본 요리를 재현하기에는 살림과 환경이 팍팍했으나 할머니는 삶 속에서 터득한 요령과 집요함으로 최소한의 재료와 준비를 통해 그 시절의 맛을 재구성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흔히 아름다운 것을 현실감과는 좀 거리가 있는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환경과 조건의 제약 속에서 그것을 수용하기도하고 극복하기도 하는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새로운 실천, 양식이다.


할머니의 요리는 그런 점에서 참 아름답다. 따뜻하고 맛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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