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이마의 그녀
“말씀하시면 바로 만들어 드립니다”
조식 오믈렛 코너 앞에 있던 조리노동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계란 프라이 6개를 동시에 만들고 있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마저 푸석한 화로 앞에서 나는 오믈렛을 만들어 달랄까말까 고민하다가 쭈뼛쭈뼛 말했다.
“저… 저기… 오믈렛.. 되나요?”
“네 되세요, 치즈 넣어드려요?”
“넵넵! 감사합니다~”
양파를 먼저 챠르르 볶고 계란물을 붓고 치즈를 샤랄라 얹는다. 단단해지기 전에 조금씩 팬의 벽면으로 계란을 모은다. 계란의 모양은 점점 이지러진 반달 모양이 되어간다.
“이 오믈렛이라는 게 만들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그녀는 내가 만든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냥 계란을 부치다 말면 되는 거 아냐? 그 정도야 한두번 해보면 금방이지. 돌아보지도 않고 말하는 내게 그녀는 내기를 걸었다.
“열번만에 못하면 옷 사줘”
나는 그녀의 이마 붉은 얼룩이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보며 일부러 소리를 아랫배에서부터 끌어올렸다. 스읍, 유튜브로 한두번 보면 그런 건 금방 할 수 있어. 잠깐 자고 있어봐. 눈 뜨면 오믈렛을 딱 대령할테니깐.
그녀는 신나거나 화가 나면 이마의 붉은 얼룩이 점점 진해지곤 했다. 본인은 그걸 가리고 싶어해서 앞머리를 기르고 밖에서는 늘 내리고 있었지만 나랑 있을 때만큼은 실핀으로 머리를 올려둬서 귀여운 이마가 훤히 보였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려 이마를 살짝 문질러주고 나는 계란을 사러 나왔다. 뭐 계란말이나 오믈렛이나 비슷하겠지.
그러나 이럴수가 완전히 오산이었다. 계란을 다섯개 정도 썼을 때, 등 줄기를 타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오믈렛은 수련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요리였다. 나는 그날 계란을 한판 넘게 쏟아부어 십수개의 계란말이와 스크램블 그리고 분노의 계란찜을 만들고서야 못생긴 오믈렛 하나를 겨우 접시에 담을 수 있었다. 낭패인 얼굴로 부엌에 가득한 기름냄새를 빼던 내게 그녀는 득의양양하게 백화점에 가자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작 백화점에 가서는 고작 자라 앞에서 한참 망설일 뿐이었다.
“집에 계란찜도 있으니까 교촌 레드윙 먹을까?”
배시시 웃던 그녀는 싸구려 와인 한병을 들고 그걸 사달라고 했다. 그때 고집을 피워서라도 옷을 사줬어야 했는데.
약불에서 섬세하게 계란물의 상태를 보면서 살살 다뤄야 구멍 안 뚫리고 반들반들한 오믈렛이 된다. 접시를 손에 들고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는 나와 달리 조리노동자는 능숙하게 모양을 잡으며 팬에서 두어번 수월하게 오믈렛을 굴린다. 아직 덜 익었다 싶을 때 팬에서 스윽 덜어내니 뽀얗고 귀여운 오믈렛이 눈 앞에 쨘!
“맛있게 드세요.”
자리에 앉아 접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보니 계란과 두부를 좋아하던 그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오믈렛을 예쁘게 만들어주려고 애썼던 날들이, 어설퍼서 얼굴이 빨개지는 기억들이 자꾸만 떠올라 웃음이 난다. 이거보단 버터를 좀 더 넣어야 좋아했지. 당신 덕에 즐겁고 슬펐구나. 고마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