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Prologue)
여러분은 여름휴가,
어디로 다녀오셨나요?
1년 중 가장 기다리는 시기 여름휴가입니다. 전사적으로 1주를 통째로 쉬기 때문에 기본 9일 + 연차 사용 시 추가로 더 쉴 수 있는데요. 비록 항공권 가격이 가장 비싼 시기지만,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즌입니다.
올해 여름, 저는 조금 특별한 곳을 다녀왔습니다. 아내의 재가를 받아 홀로 '저의 버킷리스트 여행지, 조지아(Georgia)'에 다녀오게 됐는데요. 기대 그 이상이었던 제 인생 여행지가 됐습니다.
항공권 티켓팅을 마치고, 회사 직원들과 여름휴가 이야기를 종종 했는데요. 열에 아홉은 했던 말이
"너, 휴가 시즌에 조지아 출장 가는 거야?"
라는 말이었죠. 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州)에 해외법인이 있습니다. 요즘 여러 미디어 매체에 많이 소개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여행지로써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조지아란 사실을 새삼 체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참고로 미국 조지아주의 주도는 애틀랜타(Atlanta)고요. 근방에 현대차기아, SK온 등 한국 유수 대기업들의 해외법인과 공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다 아는 조지아 커피는 코카콜라의 커피 브랜드인데, 본사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어 브랜드명에 Georgia가 붙는 것이죠.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무사히 조지아 여행을 잘 다녀왔습니다. 총 10박 11일 일정이었는데, 18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Astana) 스탑오버 여행 기간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9박 10일의 여정.
본래 휴가 기간이 아까워 한 번 멀리 해외여행을 떠날 때, 최대한 많은 국가를 돌아보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9박 10일 북유럽 여행 기간 동안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 에스토니아 탈린을 돌아봤던 적이 있었죠.
그렇지만, 어느 순간 최대한 효율성 있게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 게 아닌 최대한 한 나라를 자세히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갔던 프랑스 파리 & 니스 여행이 대성공이어서 이번에도 코카서스 3국의 다른 나라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제외하고, 오직 조지아만을 여행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돌아본 도시를 살펴보면,
[트빌리시(수도) - 시그나기 - 카즈베기(스테판츠민다) - 쿠타이시 - 보르조미 - 아할치헤]
까지 총 6개 도시를 다녀왔습니다. 위 도시들은 조지아를 반으로 가르면 '동부 지역' 일주 정도 되겠습니다. 즉, 흑해 연안 도시 바투미로 대표되는 '서부 지역'까지 돌아보려면 최소 9박 일정은 더 필요한 것이죠.
처음에는 인사를 해도 안 받아주는 사람들 때문에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 정도 적응 기간을 거쳐 어느새 조지아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들의 삶의 방식에 녹아들어 한국에서처럼 빠르고 조급하게 행동하지 않고, 쉬고 싶을 때는 쉬고 식사도 와인 한 잔을 곁들으며 천천하 먹는 등 여유로운 그들의 삶의 방식을 따라갔습니다.
조지아는 아르메니아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나라이며, 무려 8,000년 전부터 와인을 먹기 시작한 곳입니다.
또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길목에 있기에 페르시아, 몽골, 오스만제국, 러시아 등의 침략을 받았으며 또 지배를 받기도 했죠. 그래서 또 재밌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온갖 문화가 용광로처럼 다 섞였기 때문이죠.
조지아 음식은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음식과 비슷하고, 터키식 케밥도 많이 먹고요. 구시가지를 돌아보면 중세 유럽과 페르시아, 터키, 러시아 건축 양식이 많이 섞여 있습니다. 또한, 구소련의 지배를 받던 시절 지어진 건물도 도시 곳곳에 아직까지 남아 있죠.
조지아 여행을 수식하는 말 중에서 '보급형 스위스'란 것이 있습니다. 스위스 알프스처럼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지만, 물가는 더 저렴하기 때문이죠.
저는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 '트루소 밸리(Truso Valley)와 주타(Juta)'를 다녀왔는데요. 물론 평생 잊지 못할 자연 풍경에 압도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마치 신들이 뛰어놀고 있을 것 같고, 동화 속에 나오는 혹은 윈도우 바탕화면에 있을법한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했으니 말이죠.
그렇지만, 자연경관과 트레킹이 조지아 여행의 모든 것은 아닙니다.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알쓸신잡 조지아'란 소제목부터 시작하여 제가 경험했던 다양한 도시 그리고 에피소드를 여러분께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조지아어로 감사합니다란 말은 "마들로바, (მადლობა Madloba)"입니다. 여러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들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