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조지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카자흐스탄 알마티 공항을 경유하여 약 15시간(인천 → 알마티 7시간 + 알마티 경유 4시간 + 알마티 → 트빌리시 4시간) 만에 도착한 자그마한 조지아 트빌리시 국제공항.
짐을 찾자마자 한국에서 미리 준비한 달러(USD)를 조지아 현지 화폐인 라리(GEL)로 바꾸기 위해 바로 공항 환전소로 달려갔습니다. 참고로 환율은 시내/공항 큰 차이가 없어 공항에서 한 번에 바꾸는 게 낫습니다.
아무튼 환율이 가장 시내와 비슷한 환전소로 달려가 조지아 여행을 시작한다는 흥분감이 더해진 기분 좋은 인사말을 환전소 직원에게 건네어봅니다.
"가마르조바(Gamarjoba, 안녕하세요)!"
"……"
아무런 대꾸가 없길래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쨌든 환전을 해야 하니 다시 한번 말을 건넸습니다.
"Would change money, USD to GEL?"
"……"
두 번 연속으로 묵묵부답인 환전소 직원. 꽤 시크한 민족이 살고 있는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경험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살짝 벙쪘습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환전 금액이 나오고 한 번 더 황당한 경험을 했는데요. 돈을 거의 던지듯이 영수증과 함께 줬던 것이었죠.
공항에서의 에피소드 말고도 특히 현지 마트에서 계산할 때 이와 같이 비슷한 경험을 조지아 여행을 하며 몇 번 겪으며, 현지 상점과 식당 등 관련하여 구글맵 각종 리뷰를 보면 이런 경험 때문에 불쾌했다는 리뷰를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지아 관련한 한 유명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매우 불쾌했다란 경험담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모든 조지아 사람들이
불친절한 것일까?
환전소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트빌리시 숙소까지 이동하는 길에 이용했던 Bolt 택시 기사도 건네는 인사말에 마친가지로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하차할 때는 엄청 친절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Gemini와 챗GPT에도 왜 그런 건지 물어봤습니다.
「전통적으로 손님을 매우 환대하는 문화가 있어요. 가족 중심적이고 정 많은 사람들이 많아요.」
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카페 겸 호텔을 함께 운영했던 트빌리시 숙소 주인 부부의 환대를 생각하면 또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여행 1일 차부터 뭐가 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로 가는 프라이빗 투어를 이용하면서 친절한 가이드 Koba를 통해 어느 정도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조지아 사람들의 친절함은
Case by Case이다.
일반적으로 제가 AI에게 질문을 던진 것에 대한 답처럼 조지아 인들은 손님을 가족처럼 환대하고 대우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그들의 Boundary 안으로 들어왔을 때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역사적으로 그들은 페르시아, 칭기즈칸의 몽골, 오스만튀르크, 러시아제국 등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이런 외세 침략의 역사 때문에 문화적으로 본능적으로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더 경계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기준에서 불친절한 경험을 겪었을지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넘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대개 슈퍼마켓에서 Casher로 일하는 직원들은 확률적으로 이런 게 더 심하긴 합니다. 일이 바빠서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그대로 손님에게 인상 찌푸리며 표한하는 것도 봤고요.
또 재밌는 것은 그렇게 시크하고 얼굴에 짜증이 묻어남에도 불구하고 요청한 것들은 다 해준답니다. 여러모로 재밌는 민족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지아 여행을 하면 보통 Bolt, Go Trip, Yandex 등 택시를 이용해서 많이 이동하게 되는데요. 택시 기사들을 경험하다 보면 온갖 조지아인의 군상을 다 만날 수 있답니다.
본인의 이름을 먼저 소개하면서 친절하게 환대하는 기사부터 처음 탑승했을 때부터 하차할 때까지 인사도 안 받고 혼자 모국어로 욕을 끊임없이 지껄이는 기사까지.
그래도 대체적으로 전반적인 조지아 사람들은 '츤데레 같다'란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투어사 등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영업하는 현지인들은 엄청 친절하고 말이죠.
처음에 문전박대 비슷한 경험을 했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그게 바로 조지아이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