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에서 제공한 시사회에서 영화를 관람한 후에 작성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불행에 정도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더 불행한 가정이 있다면 어떤 가정일까. 그것은 피해자들의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가정이 아닐까.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삶이 통째로 뒤바뀌어 버린 사람들을 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줄리앙의 표정은 공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영화 내내 굳어있고 ‘그의 법적상 아빠‘ 안토니는 사이코 스릴러 영화의 한 인물을 보는 듯하다.
제발 눈 앞에서 사라져줘
영화의 초반부를 보는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비록 덩치는 좀 크고 위협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안토니는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여느 일반 가정의 자상한 아버지처럼 문제가 없어 보이니 말이다. 오히려 나머지 가족들이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궁금해질 정도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들의 생활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때쯤, 우리는 진실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식과 아내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계속 상대를 의심하며, 정도가 심해지면 사리분별이 안 될 정도로 미친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의 이런 면을 일반적인 사람들은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는 여전히 착한 사람, 좋은 아빠로 인식될 것이고 반대로 피해자들에게 “좋은 사람인데 왜 그래? 네가 오버하는 거 아니야?” 라며 2차 가해가 이루어질 수도 있기에 이런 유형의 가해자는 더 위험하다.
영화의 결말에서 우리는 줄리앙, 미리암과 함께 조용히 숨을 죽이면서 그들이 무사히 살아있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총소리가 나고 문을 부수러 와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누군가 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상황이 종료되고 미리암이 줄리앙에게 말하는 “괜찮아, 다 끝났어, 끝났어..”라는 말은 그렇게 되길 바란다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것 아니었을까. 그들이 서로 껴안고 누워있던 욕조는 마치 자궁에 안에 있는 아이를 연상시킨다. 그들이 그곳에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가족들에게 고통을 줬던 안토니도 이전과는 다른 끔찍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물론 그들이 겪었던 고통의 십 분의 일도 안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