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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야 Dec 22. 2023

여전(如前)하게 살아서는 안됨을

흔한 인사 중에 "여전(如前)하시죠?"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느꼈는가? 여전하다의 여전(如前) 역시 한자어였음을. 우리가 흔하게 쓰는 표현에는 참 한자어가 많음을 새삼 느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여전(如前)은 같을 여(如), 앞 전(前)으로 의미는 '전과 같다'의 의미가 된다. 별 탈 없이 잘 살고 있냐는 물음인데, 괜스레 이 단어에서 멈춰본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매 순간 매 순간의 선택들로 삶의 변화가 조금씩 생겼다. 이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말이다. 결국은 여전하면 안 된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고 성장하는데에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변화가 없다면, 우리 삶은 마치 녹이 슬어버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변화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는 하루가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도 지금 당장 시도하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일상의 삶에서 아주 작은 것부터 변화를 시도하기로 다짐한다. 한 예로 들면 누군가가 집에 초대할 때면 집을 깨끗하게 치우기도 하고, 예쁜 접시에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대접을 한다. 반대로 나 혼자 있을 때는 청소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아무 그릇에 담아 먹기 바빴다. 돌이켜보니 나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아주 작은 시도로 내 삶에서 향하는 나침반의 자침을 여전이 아닌 변화로 향하게 돌린다.


모든 이들의 삶을 돌아보면 여전한 삶은 없다. 인생의 매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테니 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고1 때 이미 한자능력검정시험 1급을 합격했다. 속된 말로 학교 한문선생님보다 한자 급수가 높았고, 아는 한자가 많았다. 학교 선생님이 나에게 한자를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내가 유일하게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더 인정받기 위해 했던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앞두고는 나의 유일함이 부질없음을, 나의 존재가 의미가 없을을 느끼게 했다.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한문이 아닌 주요 교과목을 더 잘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했던 선택들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후회 없는 선택을 했다. 중국 유학을 가기 위해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이 아닌 하얼빈으로 향했던 것. 해외봉사를 통해 통역에 대한 능력을 발견했던 것. 중국어 교육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서울땅에 홀로 상경한 것. 전부인 줄만 알았던 첫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대학원에 입학했던 것. 정말 의미 없는 경험이 없고, 후회 없는 선택이 없다. 나의 이런 경험들은 지금의 내가 되었고, 현재의 나는 앞으로의 멋진 내가 되기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현명함을 갖추기 위해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자기계발: 본인의 기술이나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

자기 계발: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자기계발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엄연히 자기계발과 자기 계발은 다르다. 지금까지의 나는 '자기계발'을 위해 애썼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그 역할로 나의 효능감을 최대한 느끼기 위함이었다. 최근에는 자기 계발에 힘을 쓰고 싶다. 기술과 능력의 성장과 함께 내가 발견하지 못한 나의 재주와 능력을 발견하고, 더 발전하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방 한편, 하물며 매일같이 잠드는 침대 위에서도 나와의 소통으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인생의 변화를 이끌고 도모하기 위해서는 여전(如前)해서는 안된다. 내 삶의 자침(磁針)은 목적지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고 움직이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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