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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야 Nov 24. 2023

가장 사랑하면서도 사랑하기 두려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단연코 나여야 한다. 이 사실은 머릿속으로는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여럿 책들을 읽어보면 '나와 잘 지내는 법, 나와 데이트하기' 등 소개를 한다. 그만큼 나를 잘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실 선뜻 망설여진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선물을 사거나 돈을 쓸 일이 생긴다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쓰는 편이지만, 나에게 쓰는 돈이라면 한없이 망설여진다. 이런 내가 어느 날은 한 친구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다. 이 친구를 A로 칭하겠다. A와 만나는 날을 위해 나는 하루의 일과를 모조리 비웠다. A와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근데 그는 나와 달랐다. 나와의 만남이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다른 약속을 잡았고, 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연락을 끊임없이 했다. 이때 깨달았다. 그는 그의 시간이 소중했고, 나 역시 그의 시간이 소중했다는 것을 말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왜 나는 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상대방에게 다 맞췄을까. 이 계기로부터 내가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전히 머릿속이지만 조금씩 마음으로 경험하는 중이다. 


오랫동안 남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혹은 남들로부터 칭찬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달려왔던 내가 갑자기 시선을 나로 돌리려니 혼란스럽기도 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나를 잘 안다는 말은 비례하지 않는다. 참 이상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나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엿보는 데에 집중한다. 끊임없이 인스타를 들여다보며 내가 이렇게 쉬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무얼 하며 이 시간을 보낼지가 궁금하다. 반대로 시선을 나에게도 향할 때는 타인과 만날 때 타인의 모습을 거울로 삼을 때 혹은 타인의 모습으로 내 모습이 보일 때가 아닐까. 위의 짧은 일화처럼 타인의 모습은 곧 나의 거울이 된다. 상대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달까. 나는 그렇다. 


혼자 보내는 시간은 여전히 막막하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원하는지 고민할 시간이 덜컥 겁이 나 그 생각을 잊어버리려 눈앞에 놓인 일들을 처리해 내기 바쁘다. 밀린 집안일을 하고, 쌓인 책들을 정리하며 무슨 책들을 먼저 읽을지 선정하며 침대 옆에 슬면서 놓는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기도 하고, 책을 읽을 때는 잔잔한 음악과 교보문고 향수를 뿌려 나만의 서재 분위기를 만든다. 그것마저도 버거울 때는 그냥 눈을 붙이기로 한다. 잠은 곧 보약이라 믿으며 여럿 생각들을 잠시 정지시키고 싶다. 


나는 취향이 있는 사람이 참 좋다. 본인이 무얼 좋아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참 좋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면 맑은 부러움을 느낀다. 반대로 나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한없이 망설여진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어떤 취향도 가지고 없다. 그럼에도 아직 나를 잘 모르겠지만, 나를 잘 알고 싶다. 아직 나를 사랑하기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누구보다 나를 사랑한다. 이왕 나로 사는 인생이라면, 서툴지만 잘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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