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된 줄로만 알았습니다. 다 나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요즘의 저는 말이지요. 마음의 병이 조금씩 퍼지더니 이제는 저를 덮어 이도 저도 움직일 수 없게 갇힌 기분입니다. 처음에 병을 발견하고 받은 진단명은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 불안'이었습니다. 특히 우울증은 오래 방치되어 '지속성 우울증'이라는 병명을 진단받았었지요. 이전 글을 혹시나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당시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해 빠른 호전으로 전문가 분들도 놀라는 회복의 속도를 보였습니다. 저도 다 나은 줄로만 알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조금씩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더군요. 다시금 무기력해지고, 조금씩 현기증이 나고 숨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약을 먹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요. 상담은 마무리되었지만 약물은 계속해서 복용 중인지라 약이 안 맞는구나 싶어 병원 내원 시 의사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무기력하고 몸에 이상이 오는 신호들을 말이지요. 그리고, 자꾸만 기억력이 나빠지는 부작용과 잠이 쏟아져 하루 종일 피곤한 그 증상들도 진료 시에 말씀을 드렸어요. 또 요즘 마음이 분주하고 불안해진 것. 무언가 계속해서 하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곤 저의 진단은 바뀌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조울증'이 의심 간다며 진단과 약처방을 그에 맞춰 바꿔 주셨어요. 그리곤 병원문을 나서고 저녁이 되어 새로 처방받은 약을 먹었습니다. 다음날, 플라시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컨디션이 회복됨이 몸으로 느껴지더군요. 다시금 올라온 컨디션과 기억력이 나빠지는 그리고 잠이 쏟아지는 부작용도 조금은 완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시 회복되는 건가 생각했어요.
그리고 딱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약이 그새 내성이 생긴 것인지, 어떤 영문에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부터 갑자기 찾아온 우울에 빠져 깊은 심연에 잠긴 듯 한 기분. 컨디션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진단 이후에도 약간의 우울이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더 깊은 우울에 빠진 이유는, 요즘 다시 컨디션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약의 노예가 되어버린 느낌을 넘어 약이 소용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뿐 아니라 지난번 회복됨을 경험하고 나서 '변화된 나의 모습이 건강해진 나, 이전으로 돌아간 나'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그 또한 병의 증상 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회복된 줄로만 알았기에 이제는 어두운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데 제가 글을 쓰지 않으니 그런 글을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브런치에서 '조울증'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예전에 브런치에 입문했을 때 저의 병명을 검색했던 것처럼요. 최근 밝은 글 위주로 쓰려고 노력하던 저였지만, 고민 끝에 조금은 어두울지라도 다시 저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글들을 써보려 합니다.
저처럼 어디서 누군가 '조울증'을 검색하며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통해 위로를 얻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 테고 언제 끝나게 될지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전처럼 약물과 상담과 신앙으로 금방 극복할 수도, 혹은 장기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저를 기록합니다. 누구나 아픔을 하나씩은 갖고 있음에 꼭 마음의 병이 아니더라도, 저의 글을 통해 한분이라도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기를. 이전과 같이 그리고 처음과 같이 그 마음을 담아 기록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