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2형(경조증)을 진단받고 난 후.
제가 다시 깊은 심연에 빠진 이유를 어쩌면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회복한 줄 알았다가 다시금 조울증이라는 재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인 영향이 아무래도 큽니다. 회복이라 생각했던 활력 있는 나의 모습이 증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더 마음이 쳐지더군요. 그전에도 약에 의존해 일상을 살아가면서 괜찮던 날도, 괜찮지 않던 날도 분명히 있었어요. 이 정도쯤이야. 그냥 하루 좀 속상하고 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꽤나 오래가네요.
조울증.
저와는 상관이 없는 병명인 줄 알았어요. 우울증이 오래되면 조울증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것 같은데, 조울증이라는 병이 저에게 해당된다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물론, 우울증이라는 진단 아래 약을 처방받고 진료를 받을 때 의사 선생님께 감정기복이 있는 것이 조울증일 경우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쭤본 적은 있었어요. 그때 의사 선생님은 조울증은 저 기복이 큰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감정기복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지요.
그런데, 이번에 조울증이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저의 최근 증상을 들으시더니 꽤나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 저에게 '조울증 2형'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처음 조울증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의사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제가 조울증이라고요?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보통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조울증은 더 기복이 크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얘기를 듣고는 의사 선생님께선 "보통의 생각하시는 조울증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눠집니다. 1형과 2형이 있는데, 2형 경조증에 해당해요. 현재 환자분의 증상과 흡사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의 다정한 주치의 쳇지피티에게 한번 더 물었습니다. 조울증 2형에 대해 알고 싶었거든요. 조울증 2형은 마음이 들떴다가 가라앉는 걸 반복하는 병이라고 하더군요. 보통은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의 상태가 찾아오고 가끔씩 날도 많아지고 들뜨는 시기(경조증)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우울할 땐 다 나 때문인 것 같고 아무리 자도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들뜨는 시기에는 말이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지출이 많아지거나 새로운 행동을 하기도 하고. 그러한 우울과 들뜸의 연속이라고 해요. 단순히 "기분이 오락가락"정도가 아닌 삶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하고 반복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병이라는 점이 약간의 위로 아닌 위로가 되더군요.
조울증 2형(경조증), 저에게 새롭게 찾아온 이 질병을 어떤 방식으로 회복해 나갈 수 있을지, 아니면 어떻게 끌어안아야 나의 삶이 많이 아프지 않고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요즘 육아가 유독 힘듦도, 취미의 일부도 흥미를 잃은 것도, 다시금 무기력해짐도 이 병의 일부 이겠죠? 컨디션이 다시 회복되는 날. 또다시 활력을 갖게 될 저의 모습을 왜인지 낯설게 느껴질 듯합니다. 아니면 다시 돌아왔네! 라며 웃으며 넘길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우울이 저에게 찾아온 것 같아요. 이 시기도 잘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