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쉬움이 뭐죠, 셰프님?

정승제와 안성재

by 하늘아래

이 아쉬움이 뭐죠, 셰프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1을 보고 구독하게 된 안성재 셰프의 유튜브 채널. 어느 날 1타 수학강사 정승제가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를 찾아온다. 자신이 퇴근 후 맥주와 함께 즐긴다는 닭도리탕을 셰프 앞에서 직접 해 보이기 위해서다. 정승제는 요리 내내 즐거운 대화를 나누느라 파와 양파를 넣는 것도 깜빡한다. 간장, 고춧가루, 마늘의 양은 대충 모두 눈대중이다. 한 번도 간을 보지 않는다. 수학적이라기 보다 매우 즉흥적이고 예술적으로 완성한 닭도리탕을 신중하게 맛본 뒤, 무엇이 못마땅한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묻는다.


1타 수학강사 정승제와 스타셰프 안성재. 유튜브 캡쳐


“이 아쉬움이 뭐죠? 셰프님? 셰프님은 아실 것 같은데요.”

안성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젓가락으로 닭다리를 집어 한 입 베어 물고, 국물까지 숟가락으로 떠서 천천히 삼킨 뒤 15도 각도로 뭔가를 음미하는듯 특유의 표정을 지은 후 말한다.

“맛있다, 맛없다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지금 느끼는 이 빈틈이 뭔지… 저희도 꽤 오래 끓였지만,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고 좀 더 천천히 끓여도 되지 않았나 싶어요.”

“맞아요, 맞아.”

“근데 중요한 건요. 저는 닭도리탕을 다음 날 먹는 걸 좋아해요.”

“맞아요! 미역국도 다음 날이 맛있잖아요.”

“지금 느끼는 공허함은 ‘시간’이에요. 맛이 빠질 건 빠지고, 스며들 건 스며들어서 닭고기와 감자 안으로 들어가죠. 우리가 씹을 때 혀에서 부서지며 느껴지는 맛은 완전히 달라져요. 그 정도의 차이지, 간을 잘못한 건 아니에요.”

유튜브를 보며 1타강사 정승제의 솔직함과 발랄함도 부러웠지만 안성재가 최고의 셰프가 될 수 있었던 비법을 알만했다. 안성재 셰프의 말은 요리에 대한 설명을 넘어선다. 문제는 재료도, 레시피도 아니다. 맛이 스며드는 시간이다. 이 원리는 닭도리탕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1타 강사의 수업을 빠짐없이 들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공부의 내용이 머릿속에 스며들어 체화되는 시간을 견디지 못해서다. 여건이 부족해서도, 능력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내 안에서 무언가가 익어가도록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기다림의 원리는 공부뿐 아니라 인격의 성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당장 변화를 요구할수록 공허함은 더 커진다.

이번 주말에는 나도 닭도리탕을 한 번 끓여볼까? 바로 먹기 위해서라기보다, 시간을 들이기 위해서, 아니 다음 날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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