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시간의 틈새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드디어 받았다.
마지막 검진 항목은 치과. 치과는 나이가 들어도 비호감이다. 힐끗 멀리서 흰 가운이 보였다.
오는구나 마침내.
“안녕하세요?”
나긋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흰 눈썹이었다. 내 입속을 뒤적이면서 말했다.
“충치는 없습니다.”
“오~감사합니다.”
바보다. 감사하다니 뭐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나름 관리를 하긴 했습니다. 이도 잘 닦았습니다.”
“꼭 그래서 그렇다기보다 이가 화면으로 보시다시피 매끈해져서 우식은 없지만 투명하고 약합니다. 잇몸도 많이 부어 있어요.”
“왜 그런거죠?”
“뭐~나이가 들면 다 그렇습니다.ㅎㅎ”
“매끈하다는 말은 이가 마모되어서 파인 굴곡이 없다는 말이군요. 유리구슬처럼요, 그래서 충치가 없는 거고”
"잘 보셨습니다~"
의사는 이런 대화가 어색한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간호사에게 보험이 되는 스케일링만 부탁했다. 스케일링 드릴이 거대한 굴삭기 날처럼 귓가에서 회전했다.
너도 오는구나 마침내.
“유아낫고잉투비헐트! 아프면 오른손을 드세요”
간호사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고 나는 고문당하는 람보를 떠올리며 아파도 절대 손을 들진 않을 거라 다짐했다. 드릴이 잇몸을 파고들자 주먹을 꽉 쥐었다. 헐크로 변하려나? 세상이 잠시 초록빛으로 보였다. 고통이여 오라 포기하듯 힘을 풀었더니 드릴이 잇몸 사이를 누비고 다녀도 이상하게 공포가 사라지고 쾌감이 찾아왔다. 고통과 나는 이제 하나가 되었다.
약한 이에 충치는 없고 잇몸도 별로인데 미세한 드릴이 그 약한 뿌리마저 흔들어 놓았다. 이가 뽑힐까 저어하여 손을 대어보지도 못했다. 나이가 들어 그런 것이니까. 그래도 하이레벨의 고통을 이겨냈으니 그걸로 오늘 하루는 잘 보냈다 싶다.
* 위의 내용을 구글 재미나이 스토리북 기능을 이용해 각색해 봤습니다. 글쓰기와 함께 하는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재밌게 봐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