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The Late Piano Sonatas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
1.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
슈베르트는 31살의 짧은 일생을 살았지만 1500곡에 이르는 작품을 창작하였다. 예술가곡 600여 곡, 오페라와 오라토리오 10여 곡, 교향곡 10곡, 현악 4중주 19곡, 바이올린 소나타 4곡, 피아노 소나타 20여 곡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스펙트럼이 꽤 넓다. 가만 보니 협주곡 정도 빼고는 다 있다.
슈베르트는 자기 내면에 충실한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처럼 특정한 연주자나 의뢰인을 위해 곡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베르트는 평생을 가난 속에서 살았고 경제적 압박과 육체적 질병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그러한 결핍이 그의 창의력을 방해하지 못했다. 슈베르트는 자신만의 음악을 한 작곡가다. 슈베르트는 연주법이나 화성을 기교적으로 구현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악상을 그대로 옮겨 적으려고 하였다. 곡들은 대부분 피아노의 건반보다 그의 입을 통해 먼저 노래로 불려졌다. 슈베르트의 곡에는 작곡가 자신의 의식세계가 명료하고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후기 피아노 소나타는 특히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시작, 피아노 전역을 누비는 광범위한 화음, 아르페지오와 트릴, 숨 막히는 질주 끝에 등장하는 돌연한 정적-게네랄파우제(General pause)-과 건반을 쿵쿵쿵 내리치며 운명의 절정을 맞이하듯 옥타브를 훑으며 내려오는 주법은 이렇게까지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나 놀라게 된다. 슈베르트의 곡은 악상에 깊이 침잠하여 듣다 보면 끝없는 절망과 해소될 수 없을 것 같은 인생의 깊은 우울, 그리고 문틈을 파고드는 실낱같은 희망감이 느껴진다.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 곡의 불안함마저 아름답고 편안하게 빠져들 수 있으나 직접 피아노를 치는 연주자들은 난이도가 높아 난감해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슈베르트의 피아노곡은 몇 곡을 제외하고 연주회에서 잘 들을 수가 없다.
슈베르트는 1815년 첫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하기 시작하여 죽기까지 20여 곡을 남겼다. 현재 국내외에 다양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악보집이 존재하지만, 가장 권위 있는 악보집은 독일의 헨레 (G.Henle Verlag)출판사 본이다.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후기 피아노 소나타라는 명칭이 붙어 있는 19번(D.958), 20번 (D.959), 21번(D.960)은 1~2권에 수록되어 있다. 후기 피아노 소나타는 모두 슈베르트가 죽던 해인 1828년 9월에 완성되었으며 그 창작기간은 6주밖에 되지 않았다.
1828년은 슈베르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병으로 인해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었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두통, 어지럼증, 구토에 시달렸다. 슈베르트는 힘든 상황 속에서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완성하였다. 그가 작곡에 대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간은 상대적으로 길지 않지만 이 세 작품은 최고의 예술적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한 특색, 뛰어난 창작 기법, 높은 예술적 가치가 있다. 세 곡 모두 자신의 즉흥곡보다 즉흥적이고 방랑자 환상곡보다 더 환상적이다. 하나같이 길고 어려운 곡들이다. 21번(D.960)은 연주자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나지만 대략 연주시간만 50분에 이른다. 베토벤의 음악이 잘 짜인 서사적 구조를, 모차르트의 음악이 재기 발랄한 천상적 화음을 추구하였다면 슈베르트는 자유롭고 촘촘하고 불안하고 영롱하다.
2. 조성진이 말하는 슈베르트
책을 읽다가 조성진이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를 언급한 부분이 눈길을 끌었다. 연주자의 생생한 증언이라 마음에 와닿았다.
"슈베르트는 미래 지향적인 화성을 많이 썼다. 특히 후기 소나타의 화성 변화를 보면 그가 많이 아파서, 혹은 죽을 때가 되어 제정신이 아니어서 이렇게 썼을까 싶을 정도로 과감하다. 당시 음악으로서는 보기 드문 패턴의 화성진행이다. 특히 제 19번(D.958) 2악장을 들어보면 전조가 수시로 등장한다. 바로 그 부분이 정말 아름답다. 지금은 우리가 20세기 소나타를 듣고 조성의 파괴, 무조음악도 들어 낯설지 않지만 당시 사람들은 슈베르트의 곡을 무척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맑고 투명하다 못해 하늘이 보이는 착각이 든다. 어쩌면 슈베르트의 음악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것 같다. 특히 후기 소나타 세 곡을 들어보면 19번 D.958은 땅에 있는 곡, 20번 D959는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곡, 마지막으로 21번 D.960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곡이다. 슈베르트가 어떻게 이런 곡들을 30대에 썼는지 경이롭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마지막 곡 21번, D.960이다. 세 개의 소나타 중 첫 곡인 19번 D.958은 베토벤의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하면 이상할 정도로 베토벤의 느낌이 강하지만 슈베르트의 개성은 충분히 살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2악장, 그리고 4악장도 마찬가지이고.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와도 연결시킬 수 있다. 마지막 곡, 21번 D.960은 베토벤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슈베르트의 개성은 ‘노래하는 것singing’ 그리고 ‘슈베르트 스타일’로 연주하는 것이다. 슈베르트의 노래는 쇼팽과는 전혀 다른 노래다. 지나치게 로맨틱하지 않으면서도 로맨틱한 감수성을 결코 잃지 말아야 하는, 그 조율이 무척 어렵고 중요하다. 또 대곡이다 보니 긴 호흡으로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다. 밸런스가 참 어려운 음악이다."
조성진이 연주한 D.960은 유튜브에서 찾기 어려웠다. 대신 D.958을 링크한다. 2017년 Gilmore Keyboard Festival 라이브 연주다.
*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이지영, 글항아리 2021
https://www.youtube.com/watch?v=XF6vcnsx-5U&t=10s
SEONG-JIN CHO / Schubert's Sonata in C Minor, No. 19, D. 958
I. Allegro (00:00)
II. Adagio (11:42)
III. Menuetto & Trio (20:05)
IV. Allegro (26:33)
3.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
소나타는 다악장 형식의 기악곡을 뜻한다. 17세기 후반, 즉 바로크 시대에 소나타는 주로 귀족, 왕궁, 교회를 위한 음악이었고 대부분 건반 연주용이었다. 근현대 시대의 건반 소나타의 출현은 18세기 이탈리아의 저명한 작곡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 1685-1757)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건반 소나타 형식은 고전파 피아노 소나타 발전에 튼튼한 초석이 되었다.
소나타와 소나타 형식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개념이다. 소나타는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기악곡 장르를 가리키며 다악장 모음곡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소나타 형식은 소나타를 구성하는 악장의 형식을 가리킨다.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으로 창작된 소나타가 바로 고전파 소나타이다.
고전파 소나타는 바흐(C.P.E.Bach, 1714-1788) 에 의해 확립되었다. 악곡의 구조는 대조를 이루는 명확한 세 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대부분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구조이다. 고전파 소나타는 비엔나의 고전파 음악가인 하이든(J.Haydn, 1732-1809)과 모차르트(W.A.Mozart,1756-1791)시대까지 계속 이어져 내려오면서 크게 발전하였으며 소나타의 표준 양식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2개, 3개, 혹은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었다.
고전파 피아노 소나타는 베토벤에 의해 정점에 도달하였고, 베토벤 이후의 피아노 음악은 소나타라는 장르를 통해 더 이상 새로운 것들을 표현해 낼 수 없는 상태에 도달한 것 같았다. 즉, 그 당시 작곡가들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그리고 낭만주의 사상이 점차적으로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이성에 대한 신봉을 멈추고 개인의 감정을 음악의 중심에 두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고전주의 피아노 소나타 형식의 위세는 점차적으로 약해졌고, 고전주의 피아노 소나타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작곡가들도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슈베르트는 과감한 돌파구를 마련하여 세 곡의 뛰어난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했다.
슈베르트의 후기 소나타는 이전의 어떤 작품들보다 길다. 또한 낭만주의의 서정성과 고전주의의 치밀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슈베르트가 이 세 작품을 통해 고전주의 피아노 소나타의 전통적인 형식과 낭만주의의 표현형식을 아주 교묘하게 융합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작품들은 최고의 예술적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슈베르트는 원래 이 세 곡을 후멜(J.N.Hummel, 1778-1837)에게 헌정하고자 하였다. 후멜은 모차르트의 학생이었고 슈베르트의 예술가곡을 들으며 눈물을 흘렸던 작곡가다. 그리고 슈베르트와 함께 살리에리(A.Salieri, 1750-1825)에게 작곡을 배운 적이 있었고 슈베르트보다 12살이 많았다. 그렇지만 그 세 작품을 출판할 당시에 후멜은 이미 세상을 떠난 이후였다. 출판사는 “최후의 작품"이라는 제목으로 슈만(Robert Schumann,1810-1856)에게 바쳤다. 슈만은 그 세 곡의 피아노 소나타에 대해 “과거의 창작 작품과 완전히 다르고 과시적인 음향과 기교가 없다. 화려한 피아노 효과에 능숙한 슈베르트가 다가오는 죽음을 통찰하여 복잡한 내적세계를 표현하는 데 더욱 집중한 것 같다"라고 언급하였다.
4.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의 내용과 특징
1) 19번 A단조 피아노 소나타(D.958)
19번은 베토벤에 대한 회고와 경의를 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많은 주제에서 베토벤의 흔적을 찾을 수 있 는 동시에 슈베르트의 창의성도 곳곳에서 느껴진다. 곡 전체에 웅장함과 장엄함이 충만하고 선율에는 강력한 긴장감과 역동성이 느껴진다. 슈베르트의 풍부한 상상력과 행복한 생활에 대한 동경을 이 곡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제1악장은 c단조, 알레그로, 소나타 형식이다. 베토벤 변주곡의 주제를 모방하였으며 악장 전체에 슬픔과 괴로움이 충만하다. 절망적이고 무거운 정서로 끝이 난다.
제2악장은 A-flat장조, 아다지오, 세 도막 형식이다. 길이가 짧은 편이고 선율이 유려하다. 변화가 많은 편이고 효과가 독특하다.
제3악장은 E-flat장조, 알레그로, 미뉴에트이다. 설계가 정교하고 중간 부분에서의 정서적 대비가 뚜렷하다.
제4악장은 c단조, 알레그로, 론도 형식이다. 이 악장은 717개 마디의 방대한 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선율이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2) 20번 A장조 피아노 소나타(D.959)
슈베르트 생애 말기의 피아노 소나타 세 곡 중에서 길이가 가장 길고 가장 화려한 곡이다. 슈베르트의 감정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곡이다.
제1악장은 A장조, 알레그로, 소나타 형식이다. 구조가 복잡하고 각 주제와 부주제가 교대로 나타나다가 마지막에 합쳐진다.
제2악장은 c-sharp단조, 안단티노, 세 도막 형식이다. 이 악장은 슈베르트의 극단적인 슬픔, 괴로움, 고독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내적 독백처럼 느껴지며, 낭만주의 초기의 특색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제3악장은 A장조로 알레그로, 스케르초이다. 생기가 있고 경쾌해서 슬픔, 괴로움, 고독의 정서에서 벗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풍자하고 있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제4악장은 A장조로 알레그레토, 론도 형식이다. 제1악장의 노래와 같은 선율, 제2악장의 우울한 느낌, 제3악장의 인생에 대한 풍자가 제4악장에 들어오면서 평온을 되찾는다.
3) 30번 B플랫장조 피아노 소나타(D.960)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앞의 두 곡보다 장엄하고 평온한 느낌이 강하다. 마치 중병을 앓고 있는 슈베르트가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곡은 슈베르트 음악 창작 인생의 종지부를 찍은 곡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1악장은 B-flat장조, 모데라토, 소나타 형식이다. 주제가 노래와 같은 선율로 나타나고, 음악의 분위기가 신비로우면서도 아득한 느낌을 준다. 주제가 발전하면서 극도의 슬픔, 괴로움, 절망을 표현한다.
제2악장은 c-sharp단조, 안단테, 세 도막 형식이다. 변주의 요소가 충만하지만 감정적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제3악장은 B-flat장조, 우아하고 생기 있게 알레그로, 스케르초이다. 매우 정교하게 작곡된 악장으로 마치 정령이 춤추는 듯한 생기가 느껴진다. 중간의 대비를 이루는 부분에서 감정의 폭발이 일어난다.
제4악장은 B-flat장조, 급하지 않게 알레그로, 불규칙적인 소나타 형식이다. 여러 차례 이어지는 변주로 주제를 표현하며, 전체 악장이 마치 무한하게 큰 하나의 동그라미처럼 느껴진다. 종결부에서 주제가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는 듯한 느낌을 주며 마지막에는 프레스토로 끝이 난다.
5.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은 고전주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고전파 피아노 소나타의 악장 수, 악장 순서, 악장 형식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고전파 피아노 소나타의 형식에서 그 당시에 유행하던 민간 음악을 교묘하게 융합시켰다. 또한 속도, 조성, 주제의 안배 방식도 고전주의 형식이었다. 하지만 이 세 곡은 내용 표현의 측면에서는 낭만주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길이, 성악 선율, 주제부, 리듬 등의 측면에서 강한 낭만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낭만주의 시대로 전환되는 시대의 흐름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강한 개성과 선도적 역할도 이 세 작품의 뚜렷한 특징이다. 슈베르트는 이 세 곡을 탄탄하고 잘 짜인 곡으로 작곡함으로써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충분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1) 고전주의
슈베르트는 고전주의 음악이 성행하던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고전주의적 음악 교육을 받았다. 게다가 그는 베토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슈베르트는 생애 말년에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할 때 고전 소나타의 전통적인 형식을 완전히 깨뜨리지 않다. 이러한 특징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첫째, 후기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은 모두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전주의 시기의 소나타는 일반적으로 2개, 3 개, 혹은 4개 악장으로 구성된다. 슈베르트도 이 형식을 충실하게 따랐다.
둘째, 악장의 순서를 살펴보면 고전파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기 소나타에서 아다지오 악장은 제2악장에 위치해 있고, 이어지는 제3악장은 미뉴에트 또는 스케르초 악장이다. 그에 반해서 낭만파 소나타 형식에서는 아다지오 악장을 반드시 두 번째 위치에 놓지 않아도 된다.
셋째, 각 악장의 유형을 살펴보면 이 세 작품이 기본적으로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전파 소나타에서는 제3악장의 장르에 대한 제한이 존재한다. 제3악장에서 주로 미뉴에트나 스케르초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낭만파 소나타에서는 이와 같은 제한이 없다. 슈베르트는 이 세 작품의 제3악장을 미뉴에트나 스케르초로 작곡함으로써 고전파 소나타의 형식을 아주 잘 나타냈다.
마지막, 템포와 조성의 배치를 살펴보더라도 이 세 작품은 고전파 소나타 형식에 속한다. 슈베르트 이후의 낭만파 작곡가들은 고전파 소나타의 템포 및 조성 배치 방식을 따르지 않고 스케르초 악장을 아다지오 악장 앞에 놓는 경우가 많았다.
슈베르트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에 사이에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그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전주의 시대에서 음악은 주로 왕족과 귀족을 위한 것이었지만 낭만주의 시대가 오면서 서민도 음악을 창작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점점 많은 민간 음악들이 만들어지고 퍼지게 되었다
2) 낭만주의
낭만주의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고전주의에 비해 서정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낭만주의 시대는 현실과 이상 간의 갈등이 분출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주로 얻기 힘든 것에 대한 갈망을 음악으로 표현하였고, 음악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은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고전주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개성과 감정의 표현을 중시하는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아 낭만주의적 스타일도 강하게 띠고 있다.
첫째, 후기 피아노 소나타는 방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낭만주의 시대 작품의 길이 특성과 비슷하다. 작품의 길이가 늘어나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넓어진다. 슈베르트는 고전파 소나타의 형식을 기본적으로 유지하면서 뛰어난 창작력으로 소나타 형식을 확장하였다.
둘째, 선율의 성악적인 표현에서 낭만주의적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슈베르트의 예술가곡은 그의 창작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가 작곡한 피아노 작품들은 성악적인 선율이 특징이다. 슈베르트는 가곡의 선율을 피아노 소나타에 응용하여 예술가곡처럼 선율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셋째, 주제의 멜로디가 발전하는 방식에서도 낭만주의적 스타일이 드러난다. 소나타 세 곡의 주제를 살펴보면 짧고 핵심적으로 주제를 나타내면서 교향악 처리를 한 베토벤의 기법이 아니다. 주제가 완전하고, 선명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나타내는 후에 세밀하게 변화를 주는 주제의 멜로디가 발전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연속으로 사용된 동일한 리듬 유형에서 낭만주의적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세 작품에는 동일한 리듬 유형이 연속으로 사용된 단락들이 있다. 그 리듬 유형은 예술가곡에서의 피아노 반주와 비슷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 낭만주의 성격소품 및 환상곡의 영향을 받아 낭만주의적 스타일을 지니게 되었다. 성격소품은 낭만주의 초기에 크게 발전하였고, 대표적인 성격소품 작품 가운데 슈베르트의 <모멘트 뮤지컬>과 <즉흥곡>도 포함된다. 슈베르트는 말년에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낭만주의 성격소품 및 환상곡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그 작품들도 낭만주의적 스타일을 지니게 되었다.
* 성격소품(Character Piece): 19세기 이후에 등장한 표제적인 속성을 가진 기악곡을 일컫는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단순하고 명확한 구조로 된 곡이 많다. 발라드(Ballades), 아라베스크(Arabesques), 녹턴, 바가텔, 랩소디, 즉흥곡, 에튀드, 엔테르메초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한다.
* 모멘트 뮤지컬(moment musical): 주로 피아노 곡에 쓰이는 환상적 소품곡을 이르는 말. 슈베르트의 곡이 가장 유명하다.
*즉흥곡(Impromptu): 즉흥적인 악상에 따라 작곡한 악곡. 낭만파 특유의 한 형식이다. 일부는 즉흥연주(Improvisation)에 따른 곡이라고 오해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일반적인 작곡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곡한 것이다.(위키참고)
6) 후기 소나타의 길이가 길어진 이유
슈베르트의 마지막 세 작품이 너무 지루하다고 비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부 음악학자는 D.959의 마지막 악장에 대해 “주제 반복에 있어서 변화가 거의 없고, 게다가 Coda에 진입 전에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쉼표들이 있어 더 복잡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앞 세 악장에서의 처리가 훌륭하다는 가정하에 만약 론도가 조금 더 간결했으면 이 소나타는 더욱 큰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평론을 내리기도 하였다. 왜 슈베르트는 이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을 그렇게 길게 작곡하였을까?
그 이유는 슈베르트의 창작 스타일과 매우 큰 관계가 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였다. 그의 이러한 창작 특성은 슈베르트 생애 후반의 시대적 상황과 매우 큰 연관이 있다. 당시는 낭만주의 초기로 선율의 생산과 발전 방면에서 교향악적 처리를 중시하는 고전파 방식에서 벗어나 작곡가가 느끼는 진실한 감정을 중시하는 낭만파 방식이 주목받던 시기였다. 슈베르트의 마지막 세 작품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규모는 낭만주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는 광활한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는 이 세 작품을 통해 세상과 작별을 고하는 듯한 마음속 내면의 소리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슈베르트는 삶에 대한 애착,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그 감정들을 충분히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긴 길이의 작품을 창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슈베르트의 이 세 작품의 긴 연주시간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다. 오히려 매우 뚜렷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슈베르트는 길이의 제한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유감없이 표현할 수 있었고, 작품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또한 낭만주의 시대에서 소나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6. 슈베르트 후기 피아노 소나타 앨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