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메이징 메리> 를 본 후
1. <어메이징 메리>와 캡틴아메리카
<어메이징 메리>는 미국 폭스사가 제작한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는 2017년 10월에 개봉하였습니다. 원제목은 "Gifted"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입니다. 바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액션히어로 캡틴아메리카입니다. 이 친구를 제가 주목했던 이유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때 부터 였습니다. 고뇌하는 주인공 커티스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했었죠. 크리스는 2011년 영화 <퍼스트어벤져> 이후로 한참 몸값 높은 허리우드 스타로 주목을 받았는데 갑자기 제작비 500억에 못 미치는 봉준호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것이죠. (우리 영화 기준엔 최고의 제작비지만요^^)그것도 사비를 들여 오디션에 참가까지 하면서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를 보고 그의 디테일한 작품세계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는 작품이 마음에 들면 언제든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는 사이사이 저예산 작품에도 참여하는 배우라 저는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2017년 영화 <어메이징 메리>도 비슷합니다. 크리스가 2016년 <캡틴아메리카-시빌워>와 2018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를 찍는 사이에 참여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는 싫어하기 어려운 배우입니다. 재능 있고 성실하며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탁월하고 특히 깊은 눈빛과 턱수염이 잘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2. 영화 <어메이징 메리>에 대하여
<어메이징 메리>는 7살 천재소녀 메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프랭크(크리스)는 불운한 자살로 생을 마감한 누나를 대신에 조카 메리를 혼자서 키우고 있습니다. 메리는 엄마를 닮아 학교에 들어가면서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냅니다.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s)을 풀 정도니까 천재인 건 확실하죠. 영화는 아이를 평범하게 키우려는 프랭크와 천재수학자로 만들려는 할머니 에블린이 메리의 양육권을 놓고 법적분쟁을 하는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보는 내내 메리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행복한 삶일까? 라는 화두를 계속해서 관객에게 던집니다. 저는 특별한 삶이란 결국 평범한 인생의 여정을 모두 경험하고서야 얻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봤습니다.
‘어메이징 메리’는 숫자에 특별한 재능을 지닌 아이 메리(맥케나 그레이스)와 평범한 행복을 꿈꾸는 삼촌 프랭크(크리스 에반스)가 천재를 원하는 세상에 사랑과 용기로 맞서는 사랑스러운 감동 스토리이다.
3. 프랭크와 메리의 대화
영화를 보다가 30분쯤 지나면 인상 깊은 장면이 나옵니다. 메리는 어려운 수학책을 계속 읽고 있습니다. 프랭크는 그런 메리를 뒤에서 지켜보다가 결심을 하죠. 메리를 번쩍 들어 올리며 나가 놀자고 합니다. 화면은 노을 지는 태양을 배경으로 프랭크의 몸을 이리저리 올라타고 내려오며 장난하는 메리의 모습을 멀리서 잡습니다. 독백처럼 둘의 붉은빛 대화가 이어집니다. 하나님과 예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메리: Is there a God?(신이 있어?)
프랭크: I don't know.(몰라)
메리: Just tell me(말해줘요)
프랭크: I would if I could. But I don't know. Neither does anybody else.(알면 말해주지. 그렇지만 몰라. 누구도 모르지)
메리: Roberta knows.(로베르타 아줌마는 알잖아)
프랭크: No. Roberta has faith...and that's the great thing to have. But faith's about what you think, feel. Not what you know.(아니. 로베르타 아줌마는 믿음이 있는 거야...그건 좋은 거지. 믿음은 니가 생각하고 느끼는 거야, 지식으로 아는게 아니구)
메리: What about Jesus?(그러면 예수님은?)
프랭크: Love that guy. Do what he says.(그분을 사랑해. 그분 말대로 하고)
메리:But is he God?(예수님은 신이야?)
프랭크:I don't know. I have an opinion. But that's my opinion and I could be wrong. So why would I screw up yours? Use your head. But don't be afraid to believe in things habit.(몰라. 내 의견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의견이고 틀릴 수도 있어. 근데 왜 자꾸 캐묻는 거야? 스스로 생각해 봐. 믿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메리: There was a guy on TV who said there was no God.(TV에 어떤 사람이 나왔는데 신이 없다고 말했어)
프랭크:The only thing different between the things you saw on TV and Roberta is Roberta loves you. She tries to help. Tell you what though. When we all one another, we all end up back together at the end. That's what you're asking, right?
(니가 TV에서 본 사람과 로베르타 아줌마의 유일한 차이는 로베르타 아줌마는 널 사랑한다는 거야. 아줌마는 도와주려고 애쓰고 있어. 그거 알아. 우리는 어떻게 되든 결국 다시 같이 있을 거야. 그게 너가 묻고 싶은 거 맞지?)
메리: Yep.(얍)
프랭크:Okay.(그래)
프랭크는 믿음에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면에서 불가지론자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프랭크의 말에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예수를 사랑하고 그분의 말을 따르라고 말하는 부분은(Love that guy. Do what he says) 특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남을 사랑하는 것은 중요한 차이라고 말합니다. 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과 남을 사랑하라는 말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믿음의 깊이가 사랑의 깊이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다 보니 신을 믿느냐? 아니냐?는 말의 중함은 바람에 나는 깃털처럼 부질없이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입술의 고백이 입술을 깨무는 행함보다 가볍게 여겨지는 세상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신이 있냐고 예수가 신이냐고 묻는 사람에게 저는 사영리식 전도보다는 프랭크처럼 말하고 싶어 집니다.
“나도 내 의견이 있지. 예수가 구세주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건 어차피 내 의견일 뿐이야. 나와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마. 믿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4. 예수님의 생각
가끔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는 있는 건지, 성경을 잘 이해하고 있는 건지 의심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현대개신교의 교리는 예수를 지나 바울을 넘어, 교부들과 종교개혁을 거치며 근 이천 년 동안 매우 정교하게 체계화되어버렸습니다. 예수님이 구약을 읽듯이 그런 교리들을 보시면 아마도 내 말과 행동이 이런 의미로 사용되었냐고 반문하실지 모릅니다. 교리로 보면 예수님은 당연히 “내가 너희들의 죄 때문에 죽고 다시 살아날 것인데 너희가 그것을 믿으면 새 생명을 얻을 것이다”라고 하셨어야 하는데 예수님은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복음서에서 직접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고, 또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행했다 해서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어야만 가능하다고(마7:21~23)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교회를 다니면서 교리로 익히고 행동으로 쌓아온 열심들에 대해 주님이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분명하게 말할 것이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물러가라”(마7:23)고 하실지 모릅니다.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예수님은 저주받은 자들이 영원한 불에 던져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였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지 아니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지 아니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 입히지 아니하였고 병들었을 때와 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지 아니하였느니라 하시니”(마25:42~43) 그리고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라고 하여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되뇌고 있으면 교회에서 보좌로 뻗어 올린 찬양의 손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 지, 내가 금지하고 있는 포용과 차별의 선은 어디까지 인지, 얼마만큼 자신을 부인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5. 비범함과 평범함에 대하여
영화에서 프랭크는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프랭크는 자동차에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가지고 다니며 읽는 철학전공자지만 현실은 부두에서 배를 고치는 일을 합니다. 평범한 삶에서 늘 존재의 이유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프랭크가 만일 2천 년 전 팔레스타인 땅에 살고 있었으면 예수를 만나 도마보다 더 훌륭한 제자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프랭크: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메리: 그건 당연하잖아
메리의 말처럼 진리는 어쩌면 단순하게 믿는 행위에서 시작할지 모릅니다. 마치 메리가 키우는 외눈박이 고양이 프레드를 생각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메리는 수학영재와 걸스카웃 친구들을 만나는 초등학생의 인생을 골고루 경험하며 살게 됩니다. 프랭크는 두 가지 삶이 다 메리에게 중요한 것을 깨달은 것이죠. 개인적으로 메리의 평범한 삶은 영재로 사는 비범한 삶보다 훨씬 즐겁고 소중해 보였습니다. 기독교인으로 사는 특별한 삶이 세상 속의 평범함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그 특별함은 삶은 교만을 낳아 자신은 물론 남을 해치는 독이 될지도 모릅니다. 기독교인은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대하고 비범한 사랑으로 평범하고 작은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