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esu Sep 27. 2023

23.9.27 나의 상담 일지_9a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

글로서 하루를 정리하는 일이 어느 날에선가부터 내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렇게 무언가를 기록하고 그 순간의 감정을 남기는 것을 즐겨했던 나였는데 그 조차도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나를 보며 그냥 편안히 내버려 두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나의 감정과 잘 마주 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거였는데 그의 산물이 스트레스를 주면 안 되지 않을까 싶었다.


마지막으로 상담에 대한 일지를 적은 지도 벌써 두 달이 넘게 지났다. 물론 상담도중에 많은 것들을 노트를 하긴 했지만 벌써 9회 차가 돼버린 오늘 지난 상담에서의 날들을 돌이켜보면 물음표 투성이가 분명했다.

몸이 좋지 않아 출근을 하지 못한 어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일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겨우겨우 눈을 뜨곤 왠지 모르게 좋아진 것 같은 피부에 화장을 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하루 좀 쉬었다고 다크서클도 옅어지고 피부가 보드라워진 게 하루가 아니라 일주일은 족히 쉰 것 같았다.

보슬보슬 비가 오는 듯 안 오는 이상한 날씨였지만 터키에 가기 위해선 자금을 아껴야 했고 그렇게 학교에 35분 동안 걸어갔다. 딱 5분 전에 상담실에 도착하고 상담을 시작했다.


어제 엄마와의 통화로 상담이 시작됐다.

어제 나는 하루종일 집에 있다가 학교에만 없으면 귀신같이 나를 찾는 교수님을 뵈러 아주 잠깐 학교에 갔었고 급히 가는 바람에 가는 길엔 택시를 타고 왔지만 오는 길엔 돈을 아끼고자 집에 걸어갔다. 밤이 늦기도 했고 갑자기 엄마 생각이나 전화를 했는데 대화 내용은 추석에 놀러 가는 일에서 졸업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글을 안 쓰는 몇 주동안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붙이면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가 좀 찬란하고 다채로워지겠지만 그냥 사실은 한이 좀 남아있어 그 한에 머무르고 있었다.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지난날들 중 입밖에 그 마음을 내비치자마자 바로 거절당했던 날도 있었고 몇 달에 걸쳐 돈을 모아 가려고 시도했으나 100만 원을 빌려주겠다는 아빠가 말을 철회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모든 게 취소되었던 날도 있었다. 그 간절함이 한으로 남아 공부가 재밌어지고 더 외국에 나가고 싶어 진 지금, 그 마음이 뿌리를 내려 해외유학이나 마지막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싹을 피웠다.


해외에 나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엄마에게 슬며시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짜고짜 다그칠 줄 알았던 엄마는 왜 또 그리고 어떻게 공부를 더 하고 싶은지 물으셨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엄마와 진지하게 대화를 한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100%는 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만 뺐으니 그래도 90%는 말한 게 아닐까? 덤덤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엄마가 낯설기도 했지만 왠지 응원을 받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대화를 들으신 선생님께서는 행운과 같은 경험을 했다고 축하한다고 하셨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든든한 느낌. 언젠가부터 내가 말했던 응원이 이런 거였을까 하고 깨달은 순간. 평생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하고 부모님을 보내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하셨다.



매거진의 이전글 23.7.18 나의 상담 일지_3b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