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매번 다르다
*일단 목표로 했던 브런치 북 프로젝트 응모는 어제 완수했습니다. 매번 게으름 피우다가 기한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엔 좀 서둘렀네요. 그래 봐야 2~3일 당긴 거지만요. 이번 응모는 도전에 의의를 둔 거라, 사실 숙제 같은 느낌이었고요, 정작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다 담진 못한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육아에 관해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길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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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저는 서점 육아서적 코너에서 살다시피 했었습니다. 어긋난 딸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회복하고 싶어서 육아책에 의존했던 시기였어요. 그때 정독했던 책들의 저자는 대부분 오은영, 신의진, 서천석 같은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 선생님들이었어요. 당시 읽었던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엄마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기다려줘라"라는 이야기였고요. 이해하긴 쉽지만 실천하긴 어려운 내용이었죠.
딸과 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중1 중간고사 때부터였어요. 벌써 10여 년 전 일이네요. 그때 제 생각은 이랬어요. '시험기간에는 당연히 공부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벼락치기로 열심히 해도 성적이 나올까 말까 일 텐데, 우리 딸은 왜 저렇게 놀고 있을까?' - 공부 말고는 잘하는 게 없었던 엄마의 뻔한 사고방식이었죠. - 참지 못한 저는 딸의 방에 들어가 30분 가까이 설교를 늘어놓았습니다. 뭐 내용은 짐작하시다시피 '시험기간이니 공부 좀 해라'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었죠. 하지만 전 '착한 내 딸은 내 얘길 잘 들을 거야'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답니다.
제 생각과 딸의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설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올라온 딸의 SNS 내용을 통해서였어요. 그때만 해도 서로의 SNS가 연결돼 있던 시절이라 딸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던 건데, 자세한 내용까진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분노에 찼던 메시지의 요지는 이런 거였어요.
"우리 엄마 착한 척 '쩐다', 지겨워 죽겠다. 매번 착한 척하면서 설교를 30분씩 하는데, 차라리 때리는 게 낫겠다. 엄마가 이럴 때마다 죽고 싶다."
저는 그걸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 제가 좋은 엄만 줄 알았거든요. 딸도 저를 좋아하는 줄 알았고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어요. 저는 많은 반성과 성찰 끝에 딸에게 제 행동을 사과했습니다. 그래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제 육아서 탐독이 시작됐습니다.
그중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부모는 아이보다 먼저 그 시절을 거쳐 온 사람이 아닌가. 그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아이와 소통한다면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였어요. 사춘기 육아를 다룬 책이었는데, 정작 저자와 책 제목은 기억나질 않네요. 다만, 그 내용을 읽었을 때 제 머릿속이 번쩍 하는 느낌이었던 건 잊히질 않습니다. '나는 나도 싫어했던 걸 딸에게 강요하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도 함께 왔으니까요. 그 뒤로 저는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딸을 교정하고 교화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바뀌고 내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거죠. 그러자 정말로 갈등이 줄어들었어요.
딸과 제 사이의 관계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지만 아주 느리게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그 뒤에도 부딪힘과 갈등은 반복됐어요. 그러나 제 마음이 달라지니 그 또한 견딜 만한 힘듦이 되더군요.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내가 아무리 육아서를 열심히 탐독해도 완벽하게 내 아이에게 들어맞는 육아법은 없다는 것을요. 세상 모든 아이는 다 다르고, 심지어 내가 낳은 두 아이도 완전히 극과 극 성향이니, 육아란 언제 해도 또 누가 해도, 아이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구나, 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러자 왠지 조급하고 갈팡질팡하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듯했습니다. 어차리 우리 아이 육아는 어떻게 하든 내 몫이니, 서로 잘 맞춰가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