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꼭 가야 할까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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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들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젠 아들이 좀 아팠어요. 심한 감기에 시달리느라 컨디션이 영 좋질 않았죠. 아침에 병원에 들렀다 학교에 갔으면 하길래 그러라고 했어요. 어쨌거나 감기 증상은 코로나 증상과 유사하니 병원에 들렀다 가는 게 마음의 부담이 덜하니까요.


하지만 어제 아들은 학교에 가질 못했답니다. 저로선 병원 오픈 시간인 9시 30분에 병원에 들렀다가 얼른 등교하길 바랐지만, 잠에 취한 아이는 좀처럼 일어나질 못했어요. 몇 번을 깨워도 소용이 없어, 오전 중에 진료받는 건 포기해야 했죠. 문제는 병원 점심시간이 1시부터 2시까지라, 2시 이후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거예요. 병원에 갔다가 학교에 가면 학교가 거의 끝날 시간이니, 등교 자체가 별 의미가 없어진 거죠. 마침 담임선생님께서 문자로 "OO이가 아직 집에 있나요?"라고 물으시길래, "아이가 일어나질 못하네요. 아직 병원에도 가질 못했어요"라고 말씀드리니, "그럼 질병결석으로 처리할까요?"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네, 그래야 될 것 같네요"라고 답을 했답니다.


아파도 학교에는 꼭 가야 하는 줄로만 알았던 저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말이었죠. 결국 오후 5시쯤 간신히 일어난 아들은 병원에 다녀온 후 다시 잠이 들었답니다.




여기까진 있을 법한 일이었어요. '그래, 아들이 아픈데 푹 쉬고 학교는 내일 가면 되지'라고, 나름의 마음 정리를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 일찍 아들을 깨우며 "OO아, 어제 하루 결석했으니 오늘은 늦지 않게 가자" 했더니만, "엄마, 나 오늘도 좀 쉬면 좋겠어요"라는 얘길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목소리가 자연스레 높아지더군요. "안돼. 어제도 안 갔는데, 오늘도 안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렇게까지 많이 아픈 것도 아니잖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어제 새벽, 아들이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이랑 내내 통화하는 소릴 들었거든요. 그러니 제 입장에선 '아직 다 나은 건 아니더라도 충분히 학교에 갈 만한 컨디션일 텐데, 학교를 또 쉰다는 건 말도 안 돼'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들은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등교시간이 다가오는데 침대에 누워 꼼짝도 안 하더군요. 저도 나중엔 계속 '일어나라, 일어나라' 얘기해야 하는 상황에 짜증이 나면서, '그래, 네 인생인데, 네가 알아서 하게 두면 될 걸, 내가 왜 나서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싶더군요. '학교에 가든 말든 너랑은 더 이상 말도 하기 싫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참고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아들이 정말로 학교에 안 가면 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할 저 자신을 아니까요. 간신히 아들을 다독여서 차에 태운 후, 학교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들은 왜 학교에 가기 싫어할까?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요.


얼마 전 아들이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이 지원할 수 있는 위탁교육과정(직업교육과정)에 들어가고 싶다는 얘길 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엄마는 생각도 안 해봤던 일이라 당황스럽네. 게다가 네가 전공하려는 실용음악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과정 아니니?"라는 말로 우회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었죠. 나중에 아들에게 이에 관해 다시 한번 의사를 물어보니 "생각해봤는데 그냥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는 했지만, '이게 뭔가를 나타내는 징후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모르겠어요. 아들의 학교생활을 제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으니 뭐라 단언하긴 어렵지만, 공부하기 싫어하고 성적도 안 좋은,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아이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겠죠. 이런저런 오해와 편견 어린 시선에 시달릴 테니 학교가 즐거울 리도 없을 테 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어떻게든 학교는 다니게 해야지, 졸업은 시켜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과연 맞는 판단일까?'라는 의문이 오늘 처음 떠오르더군요. 그러면서 새삼 '학교는 꼭 가야 하는 걸까?'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늘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던 저에게 학교는 의문을 가질 필요조차 없는 곳이었어요. 그냥, 마땅히 다녀야 하는 당연한 곳이었죠. 그러나 아들에게 학교는 재미없고 지루한 곳인 듯해요. '굳이 꼭 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곳이고요. 아마 그런 차이가 오늘의 다툼과 갈등을 만든 거겠죠. 이 차이를 세대차이라고 봐야 할지, 관점차이라고 봐야 할지, 학교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문제제기를 해봐야 하는 건지, 지금으로선 답을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남은 1년의 학교생활을 무사히 잘 보낼 수 있을지, 새삼 아득한 맘이 드는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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