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려고 하면 왜 더 잘 안 풀릴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 대신 확신을 가져야 하는 이유

by 최혜정

*얼마 전 아들과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나눈 얘기가 마음에 오래 남아 글로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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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들에게 약간의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까진 실용음악학원에서 랩 과정 하나, 미디 과정 하나를 수강했는데, 이번 달부터 랩 과정을 개인 레슨으로 변경했거든요. 사실 랩 과정은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아들이 좋아해서 계속 들었던 건데, 학원 수업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지 현재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활동 중인 래퍼에게 개인 레슨을 받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입장에선 기존에 다니던 학원이 규모도 크고 유명세도 있는 편이라 그냥 다녔으면 했지만, 아이가 좋아해서 하는 일, 아이의 판단대로 하게 해주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고민 끝에 허락을 했답니다. 다행히 레슨비도 학원비보다는 저렴하고, 선생님 작업실도 그리 멀진 않아서요.


그렇게 12월 첫 주 레슨을 다녀온 후, 일주일 내내 아들과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못했어요. 레슨 다음날 아침에 "선생님은 좀 어떠셔? 너랑 잘 맞는 거 같아?"라는 질문에 "응. 괜찮았어"라는 대답을 들은 걸 빼고는요. 그런데 아마 아들은 그동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던가 봐요. 새로운 선생님한테 자신의 뛰어난 재능(?)을 어필하고 싶은데, 생각처럼 작업이 잘 풀리지 않아서요.


그러다 지난 수요일쯤엔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됐답니다.




"엄마, 내가 요즘 내내 기분이 별로 좋질 않았어. 왜 그랬냐면, 나는 내가 랩을 꽤 잘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새로운 선생님한테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거야."

"그렇겠네. 근데?"


"엄마도 알겠지만 원래 첫인상이 중요하잖아. 처음에 진짜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선생님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작업이 잘 안 되는 거야. 열심히 하긴 하는데, 내가 들어도 너무 후지고 구린 거 같고, 만족스럽지가 않고, 다시 해도 마찬가지고..."

"에구, 우리 아들 속상했겠네."


"응. 그래서 나중에는 '나, 왜 이러지? 나 잘 못하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꾸 기분이 가라앉더라고. 그러다가 우연히 음악을 하나 들었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깨달음이 왔어"

"어떤 깨달음?"


"그 노래 부른 가수가 게이거든. 그래서 이런저런 편견에 시달리는 데도 불구하고, 자기 의견을 갖고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음악을 하더라고. 그게 너무 멋진 거야. 게다가 노래도 너무 좋고. 들으면서, '이거구나. 나도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확실한 메시지를 주는 음악을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

"오, 멋지네, 우리 아들. 그래, 음악도 결국은 자기 얘길 하는 거니까,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지, 그걸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지."

"응. 그 후로 뭔가 머릿속이 명확해지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더라고."




이 날, 아들과 나눈 얘기가 마음에 오래 남았던 이유는,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뭔가가 어그러진 듯 잘 안 풀리고, 그래서 답답한 나머지 '난 왜 이럴까?'를 연발하며 스스로를 의심했던 경험'이 저에게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럴 때 필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확신임을, 우매한 엄마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깨달았는데, 내 어린(?) 아들은 벌써 이걸 스스로 체득했구나, 하는 감탄 때문이기도 하고요.


어른이 된다는 건, 그저 나이만 먹는 일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고 스스로를 깊이 성찰해야 가능한 일이란 걸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삼 깨달았답니다.

정말이지 가끔은 아이가 내 인생의 스승 같단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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