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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원 Aug 17. 2021

원고 출산 그리고 출생신고

원고 투고했어요!

2005년 어느 날에 있었던 일이다.


"강사님 ***기관에서 강의 하셨죠."

"네, 그런데요."

"강사님 강의주제로 책을 출판하고 싶어 연락드립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출판사에서 그렇게 연락이 왔다. 자녀교육을 주제로 2시간 특강을 했는데 강의를 들었던 분 중에 출판사 출판위원(자문위원)의 아내분이 있었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감사하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대학원을 다니며 목동에서 상담 선생님들과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던 나는 아직 책을 쓰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보다 능력 있는 다른 지인 분을 출판사에 소개해줬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가 이 상황을 보면

'바보야!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감이야.'라고 야단을 칠 결정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주변에서 글을 쓰라고 말했다. 한두 번은 흘려들었다. 그런데 자꾸 말한다. 그렇게 주변 분들이 책을 출판해보라고 여러 번 말했다.


나도 한때 문학소년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교실 뒤에서 시와 소설을 쓴다고 끄적이던 때가 있었다. 1993년 5월에 살랑살랑한 날씨는 교실을 뚫고 들어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 마음으로 연습장에 수십 편에 시를 썼다. 55명 정도 학생들 중 몇 명만 선택받는 시화전에 시를 출품하고 싶었던 나는 국어 선생님께 시를 보여드렸지만 시큰둥한 표정에 상처 받았다. 그래서 결정한 일이 시 노트를 만들어 양으로 승부하자. 이렇게 많은 시 중에 한편은 선생님이 선택해주겠지. 그렇게 시 노트를 제출하고 얼마 되지 않아 교무실로 불려 갔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시며 빨간펜으로 피드백이 적힌 3편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3편 중에 2편을 선택해서 시화전에 출품하자고 말하셨다. 우리 학년에 2편을 출품한 친구는 없었다. 내가 유일했다.

  

아마 나에게 출판 제의 에피소드는 '난 책을 언제라도 쓸 수 있고 출판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다. 그 출판 제의는 나에게 기회였고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뻥 차 버린 것이다. 인생이 이래서 참 얄궂다. 시간이 지나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린다.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남는다. 그렇게 인생은 놓치고 후회하며 살아간다. 그러지 않으려 순간순간을 알아차리려 노력하면 또 피곤하다. 그렇게 책을 써봐야지 마음을 먹었던 2012년이 지나 지금까지 9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스마트하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면에선 무모할 정도로 끈질긴 사람이다. 9년 동안 사실 나는 책을 출판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다. 출판사를 등록하고 36권의 심리 프로그램 교육 교재 '두뇌학습보드게임 시리즈'를 출판하기도 했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했다. 글쓰기 모임을 4년 정도 참여했다. 회사 월간 소식지에 2년 정도 글을 연재하기도 했다. 꾸준하게 독서도 했다. 목표는 일주일에 3권읽기였지만 바쁜 삶 속에 한 달에 3권은 읽은 것 같다. 그렇게 준비했다.


출산은 10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나의 원고는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쓰는 시간보다 '이 책이 정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책일까?', '내 생각이 독자에게 도움이 될까?', '내가 책을 쓸 만큼의 깜냥이 되나?' 내 마음의 소리와 씨름한 시간이 더 많았다. 아마 글을 쓰는 분들이면 이런 느낌을 알 거다.


결국 A4 130페이지 원고를 출산했다. 참 부끄럽지만 소중한 글이다. 8월 15일 완성한 원고를 8월 16일 2005년에 나에게 출판 제의를 했던 고마운 출판사와 기획의도가 좋은 책들이 많다고 느낀 또 한 곳의 출판사에 보냈다. 그리고 지금 서재에 꽂혀있는 책들 중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에 출판사 메일로 원고를 보냈다. 그렇게 3곳에 보냈다. 유튜브에 투고하는 법을 다룬 영상들에서는 리스트를 뽑아서 되도록 많은 곳에 보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러기가 싫다. 그냥 호감 가는 출판사에 툭툭 보내고 싶다. 그렇게 원고를 투고할 때 기대와 설렘을 되도록 매일 느끼고 싶다. 긍정적인 연락이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걱정은 나중에 하고 싶다.


다가오는 9월 9일 와이프가 찐 출산을 한다.
그것도 남매 쌍둥이를 출산한다. 그렇게 다자녀가정이 된다.
쌍둥이가 태어나기 전에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출판 계약하시죠!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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