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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원 Mar 05. 2019

실마리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찾자

3-1

지혜로운 부모는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다. 공부에도 이 말이 적용된다. 바꾸어 말하면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말에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실제로 실천하는 부모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과연 혼자서 공부하게 두고 기다리면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될까?

 아이들에게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가 저절로 생길 수 있을까?

 새롭게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요즘에 무작정 아이들이 스스로 깨우치길 기다린다는 것은 현명한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빨리 찾는 것이 현명한 부모일 것이다.


1.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면 가르치라

 아이는 분명 아이이다. 청소년들은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로서 자기중심적이며 감정기복이 심하다. 부모로부터 멀어지면서 또래집단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이며 수줍음이 많은 반면 어떤 일에는 열정적이고 호기심과 모방성이 강하다. 미성숙한 어른도 있지만 미성숙한 청소년이 훨씬 많을 것이다. 청소년은 아직 생각과 경험이 부족하여 부모가 가르치고 지도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아무리 공부하라고 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나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면 공부에 대한 동기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특히,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좋지 않은 공부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공부방법을 배우게 되면 자신의 잘못된 공부습관을 개선할 수 있게 되고, 그다음은 노력에 의해 그 성과가 결정된다.

                

2. 공부 방법, 어떻게?

  공부에 필요한 능력을 살펴보면, 정보처리적 관점에서 학습 전, , 후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학습 전 단계는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자신의 학습유형(성격)의 이해와 학습동기, 공부에 대한 자신감(학습유능감),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을 목표 달성을 위해 조절할 수 있는 힘(자기조절력)이 필요하다. 학습 중 단계는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유지하는 과정으로, 이러한 요인들을 학습전략요인(집중력, 기억력, 조직화 능력)이라고 한다. 학습 후 단계는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활용하는 단계인데, 특히 학생 때는 시험이 바로 그때이다. 그러므로 공부한 내용을 시험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시험전략과 지속적인 자기점검, 컨디션 조절(시험불안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이 이 단계에 포함된다.


  초등학생의 인지, 사고발달을 고려하면 초등학생의 경우는 학습 전 단계, 즉 공부할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학습동기와 학습유능감은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초등학생 때 만들어 놓지 않으면 이후에는 공부에서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초등학생의 경우는 많은 양의 공부를 하는 것보다 공부에 대한 친밀감을 갖게 하고 당장의 성취보다는 시간을 갖고 체계적인 공부습관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중학생의 경우 학습전략이 부족하면 공부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초등학생 때와 달리 시험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기는 시기이기 때문에 한번 시험에 실패하면 그것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초등학생 때 별 노력 없이 공부를 곧 잘하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도 쉽게 생각하여 준비 없이 시험을 치고 기대보다 낮은 성적을 받게 되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능동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중학생 시기에 적절한 학습전략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생의 경우는 느긋하게 공부를 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학습에 대한 동기가 높고 경험적으로 어느 정도 학습전략을 알고 있다면 학습 후 단계인 시험전략, 시험불안과 스트레스 조절과 자기관리(시간관리) 방법을 배우고 명확한 진로설정을 한다면 단기간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3. 방법만 알면 스스로 실천할 수 있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았다고 해서 당장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공부하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은 ‘이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다. 무엇이든 능숙하게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견뎌낼 때 비로소 성적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교육학자 핸드릭스(Howard G. Hendricks)는 이러한 배움의 과정을 4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 8단계를 관련지어 살펴보자.    

          

핸드릭스 배움의 과정 4단계


1) 무의식 무능력 단계  

새로운 것을 배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단계이다. 현재 자신의 상태에서 현재 자신의 무능력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서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도 낮은 상태     


2) 의식 무능력 단계  

새로운 것을 처음 접하는 시기로,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지만 실수를 통해 자신의 능력 없음을 깨닫게 된다.

 ▸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잘 안 되는 상태로서 자신이 목표로 한 공부행동이 잘 실천되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상태이다. 이때 학습자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서 비난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때 주변에서는 격려와 응원보다는 오히려 무능력한 모습을 야단치는 경우가 많다.

     

3) 의식 능력 단계  

배우고자 하는 노력에 따라 실력이 향상되어 실제로 할 수 있는 단계이다. 그러나 잘하려면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 목표로 한 공부행동을 대체로 잘 실천하지만 그 노력이 쉽지만은 않은 상태로서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바라는 마음이 든다. 이때 주변에 주요 인물들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적절한 보상을 줘야 함에도 오히려 시험 때까지 조금만 더 견디라고 피드백하거나 조금 만 더 해보자고 과제 난이도를 높이는 우를 범하게 된다.

     

4) 무의식 능력 단계  

새로운 것을 완전히 체득하여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이다.

 ▸ 이제 목표로 한 공부행동을 실천하는데 크게 의식을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서 습관화된 공부행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찜찜한 기분이 들어 대체로 습관화된 공부행동을 잘 실천하게 된다. 성장의 관점에서 이 상태는 다시 무의식 무능력 단계로 볼 수 있다.

          

  공부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은 ‘의식적 무능력 단계’와 ‘의식적 능력 단계’로 넘어가는 단계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고 열심히 노력해도 공부가 쉽지 않은 상태이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실천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심리적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처음이라 서툴러서 옛 방법보다 오히려 새로운 방법이 시간 낭비로 느껴지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이겨내면 공부방법을 완전히 체득하여 의식의 집중 없이도 자연스럽게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힘들다고 불편하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이는 정말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 또한 아이 혼자 이러한 과정을 극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4. 능동적 학습자

  능동적 학습자는 궁극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적극적인 학습자를 말한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나 교사가 원하는 아이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공부에 관해서 전적으로 아이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쌓도록 도와주고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은 배웠다고 끝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것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바로 상위인지(meta cognition) 전략이고 그러한 상위인지 전략을 활용하는 과정이 배움(변화)의 4단계이다.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의미는 성인학습자 연구에서 시작되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처럼 번졌다. 속 내용은 너무도 좋지만 용어에서 파생되는 편견을 가지게 되어 오히려 우리 아이들을 괴롭힌 단어이다. '자기주도학습'은 우리가 유토피아를 찾아 헤매거나 불로장생 약을 찾는 것과도 같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경험 해보지 못한 시대가 다가오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배워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답을 맞혀서 성적을 높이기 위한 방법만을 고민하거나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자가 되어야 한다는 허무맹랑한 목표를 가지기보다는 부모나 선생님이 학습자와 함께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고 학습자가 관심 있는 분야는 심층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는 교육의 목표인 전인적 교육이 진정으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성적보다는 느리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학습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원하고 지지해서 학습자의 진정한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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