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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원 Sep 20. 2018

어떻게 자녀를 키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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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에게 들었던 일화이다. 헤어디자이너 아내와 자주 왕래하는 친구 아들이 인사를 안 해서 '아저씨는 ㅇㅇ한 테 인사하는데 너도 인사해야지'라고 엘리베이터와 식사자리에서 몇 번 잔소리를 했다고 한다. 얼마 후 아내를 통해 자기 아들에게 그런 말 안 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연락이 와서 불편한 소리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를 주변에서 종종 듣는다. 자녀 문제로 상담실을 찾은 부모는 '친구들과 가끔 싸우고 선생님에게 버릇없이 굴때도 있지만 우리 아이 심성은 착한 아이예요'와 같은 말을 자주 한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에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서 인식이 부족하거나 무논리로 자녀를 사랑하는 연민에 휩싸여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녀가 하는 행동이 신념으로 만들어지고 습관이 되어 세상을 살아간다는 점을 간과하고 무작정 자녀의 기를 살려주려는 잘못된 양육태도로 볼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할까?


첫째, 마을공동체가 붕괴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글귀가 있다. 가족 형태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마을을 포함한 지역사회 연대감이 무너졌다. 주변 이웃과 정을 나누고 함께 자녀를 키우고 고민하는 문화 속에서 사회성과 정서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된다. 내 자녀가 소중한 만큼 이웃의 자녀도 소중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마을 공동체가 서로 경쟁하고 시기하고 비교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완벽한 부모는 없다. 그래서 마을과 지역사회 그리고 학교가 함께 노력해서 자녀가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웃 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도와서 안심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돈을 주고 아이를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놀이터, 이웃 간 소통과 교류, 마을이 만들어가는 문화행사와 같은 마을문화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부만 잘 한다면 다른 것들은 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일찍 창업을 하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많은 리더들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인재는 공부만 잘하고 머리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성공한 리더들은 성품이 좋고 긍정적이며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인재를 선호한다. 지식과 기술은 충분히 시간이 지나면서 향상될 수 있지만 성품에서 나오는 삶을 대하는 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품이 형성되는 중요한 아동청소년기에 공부 잘하는 자녀가 성공한다는 신화에 빠져서 공부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한다. 초등학교까지 공부를 중요시하지 않은 부모라도 중고등학생이 되면 어느 순간 후회하고 공부를 중요시한다.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공부만큼 자녀의 성품도 중요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자녀교육이 필요하다 점을 인식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벌보다 삶을 살아가는 적응적인 태도(유연성, 공감, 개방성, 낙관성 등)와 관심 있는 영역에 실제적인 역량(경험, 과학기술 지식, 창의성 등)이 중요하다. 좀 더 넓고 깊게 자녀의 삶을 바라보고 자녀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자존감과 자신감 같은 정의적 영역에 대한 신화가 우리 삶에 잘못 반영되고 있다.

자존감이나 자신감과 같은 '시크릿'을 비롯한 자기계발과 자녀교육 서적에서 나오는 성공법칙이 어느 순간 우리 뇌 속에 자리 잡아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녀에 기를 살리기 위해 야단쳐야 할 때 야단치지 못하고 현실을 객관화해서 바라봐야 할 때 그러지 못하는 때가 많다. 자존감은 혈압과 같이 평생 변화한다. 그리고 자존감은 몇몇 사건에 의해서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실패하고 야단을 들어도 현명하게 대처한다. 즉, 일시적인 사건으로 여기고 부정적인 결과가 온전히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언제라도 노력하면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실패를 받아들이고 생각과 행동을 수정하여 다시 도전하려는 감정을 만들어 낸다. 자녀가 실패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자녀 잘못을 눈 감아주고 넘어간다고 자존감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예방주사를 맞듯이 많은 실패를 성공적으로 대처해서 스스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자존감 마음 근육이 튼튼히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무조건적 칭찬과 격려는 피해야 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야단칠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넌 왜 이리 게으르니, 성격이 왜 그래,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거밖에 안되니, 머리가 왜 그렇게 나쁘니 등' 자녀의 성격이나 능력 그리고 성향을 야단을 치지 말고 행동에 야단을 치는 것이다. 행동은 바꾸기 쉽지만 자신의 특성은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자녀 자존감에 끼치는 영향력의 방향(부적/정적)과 힘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격려가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 격려는 뭔가를 해결해주고 방법을 알려주려 하기 이전에 조용히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고 토닥거려줘야 한다. 그래야 진정 자존감과 자신감 넘치는 아이가 된다.   


넷째, 연령에 따라서 부모에 자녀교육도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신체발달, 정서 및 사회성 발달, 인지발달로 나누어 자녀를 바라볼 수 있다. 모든 영역이 다 중요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발달이 시작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여러 영역이 균형 잡히게 발달하는 것이다. 각 영역은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균형 잡힌 발달에 목표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고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서 인지발달을 중요시하여 자녀교육을 하기도 하고 또는 신체발달이나 정서 및 사회성 발달을 중요시하여 자녀교육을 편향적으로 하기도 한다. 먼저, 자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상황이나 연령에 따라서 좀 더 중요한 영역 발달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리해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정서 및 사회성 발달을 바탕으로 성품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신체적 발달과 인지발달도 중요하지만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자녀에게 우선 중요한 정서와 사회성에 관심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인지발달이 가속화되는 시기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부습관은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습관, 그날 받은 과제 그날 시작하는 습관, 복습이나 필요한 과목 예습하는 습관 등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부는 어렵다는 것을 수용하는 태도와 과정에서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다. 공부를 싫어한다면 절대 공부를 잘할 수 없다. 중학교부터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문제를 주변 자원을 활용하여 잘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워 줘야 한다. 스스로 결정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아마 남학생들은 부모에게서 대부분 분리될 것이다. 그러므로 항상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지만 한발 물러서서 자녀를 도와주는 양육태도가 필요하다.


다섯째, 자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여러분은 자녀에게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물질적인 지원과 식사를 제공하고 가끔 사랑한다고 말하면 되는 걸까? 상담을 하다 보면 자녀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전혀 공감해주지 못하면서 자녀에게 충분히 사랑을 주고 있다고 착각하는 부모들을 종 종 만난다. 사랑과 관심을 한 마디로 정리해보면 '자녀가 말하지 않아도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해주는 것이다' 쉽지 않지만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불가능하지도 않다. 자녀가 배가 고픈지, 칭찬이 필요한지, 격려가 필요한지, 감정을 공감받기를 원하는지 등 자녀에게 집중해서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그럴 때 자녀는 부모가 기대하고 원하는 것을 실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자녀는 이 세상 누구와도 다르고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제시하고 알려주는 그들만에 경험이 바탕이 된 방법이 최선책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자녀를 키울 때 '똥밭에 자녀와 함께 구른다는 심정으로'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녀에게 집중하고 가족들이 함께 고민해서 자녀를 키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과정의 결과로 내 자녀는 훌륭하게 자라고 부모를 진정 사랑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나 자신이 행복한지 되돌아보자. 내가 건강해야 자녀에게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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