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표류기 22.1.30
할머니는 아들 가족이 모시고 살았는데 할머니가 교회 간 사이에 아들 가족은 이사 가버렸다. 나랑 같이 살 때 할머니는 성경을 손에서 놓지 않으셨다. 하루 중 읽지 않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할머니와 대화는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회사 나갈 때와 일을 마치고 들어와서 나누는 몇 마디가 다였다. 할머니의 역사가 어땠는지 기분이 어땠는지 같은 이야기는 나눌 자신도 의지도 없었다.
손빨래를 해서 와이셔츠를 짜서 널곤 했는데 할머니는 그런 내 모습을 칭찬하셨다. 사실 할머니에게 빨래를 부탁하기 미안해서이기도 했다. 할머니가 차려준 아침을 같이 두고 식탁에서 같이 먹을 때 어색한 공기가 너무 무거웠다. 나는 늘 황급히 출근하고 늦게 왔다.
할머니와 두 달쯤 살았을 때, 아침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할머니 며느리가 와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월세도 안 내고 살았으니 월세를 달라고 했다. 할머니 혼자 두고 갈 땐 언제고 혼자 사시는 할머니 옆에서 있던 나에게 돈을 달라 하니 황당해서 싫다 하고 나와버렸다. 친구가 있는 중앙대 근처로 자취방을 잡았다.
몇 년 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어고 그 집은 여전히 재개발이 안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