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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 Feb 03. 2022

코엑스

서울 표류기 22.2.3

만화를 전공한 나는 대학 시절 시카프라는 만화 전시회 대학 부문에 참가한 적이 있다. 당시 부스 전시를 기획하고 선후배들과 스트리폼을 깎아가며 거대 로봇을 디자인해 만들었다. 전시회 전날 코엑스 전시장에 올라와 설치를 하고 근처 사우나에서 잠을 자며 전시를 진행했다. 코엑스는 멀었지만 심리적으론 가까운 서울의 유일한 장소였다. 여담이지만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이 전시회 수상이력을 허위로 작성한 부분은 화가 났다. 대학 시절의 순수한 열정을 하찮게 여긴 기분이 들었다.



서울 살면서 코엑스는 만남의 장소였다. 제대로 아는 곳이 없으니 자연스레 약속을 코엑스몰로 . 대학 시절부터 봐왔던  미로 같은 구조도 그대로여서 부산 남포동 시장길을 다니듯 편안하게 다닐  있는 장소였다. 코엑스몰의 애니랜드라는 가게를 좋아했다. 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매장 안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피겨와 인형으로 가득했다. 이유 없이  가게에 들어와서 둘러만 봐도 행복했다.



시카프지금은 코엑스에서 하지 않는다. 규모도 많이 줄어들었다. 코엑스몰도 리모델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본 적은 없다. 서울에서 바뀐 장소  가장 안타까운 곳이다. 기억  코엑스는 청춘처럼 푸릇푸릇한데 리모델링한 지금 그곳에 가면 나는 이방인이다. 마음속 코엑스로 남겨두고 싶다. 마음이 향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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