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좁게 집을 쪼개어 신혼부부들이 모여 산다.
며칠 전부터 희미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나와 같은 시간을 걷고 있구나!
괜스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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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LH 행복주택.
좁디좁게 집을 쪼개어 신혼부부들이 모여 산다.
36㎡, 거실과 방 하나.
이곳에서 지낸 지 3년 반,
나는 재작년 7월쯤 임신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 백일도 안 지났을 때,
환풍기를 타고 들려오는 옆집 소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매일 식사 시간이면 뭘 그리도 내려치는 건지 쿵쿵 쿵쿵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자주 화를 냈고
아이는 자주 울었다.
엄마는 불같이 소리를 쳤다가도 금방 아이에게 칭찬했고
남편과 함께 연신 손뼉을 치며 아이와 놀아주었다.
난 옆집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옆집 여자는 감정 기복이 심한가 봐"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에게 얘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추운 1월 어느 날, 옆집은 이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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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옆집 아기의 개월 수 정도가 됐을 즈음,
땀 뻘뻘 흘리며 아기 이유식을 만들다 옆집 여자를 떠올렸다.
'아, 매일 그렇게 두드려대던 건 아이에게 먹일 이유식을 만드는 소리였구나..
작게 다지기 위해 그렇게 도마를 두드렸던 거구나'
아이를 돌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끓어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대다 질러댄 큰 소리에
옆집 여자도 그랬던 거구나..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가도
찡끗 웃으며 나에게 안겨드는 애교에 모든 화가 사라져서는
연신 "내 새끼 최고~ 대단해" 외쳐대며 박수를 치고 있는 날 보면서
옆집 여자를 떠올린다.
얼굴도 모르는 그 여자를,
그 엄마를 멋대로 판단했다.
그게 내 모습이 될지도 모르고..
나는 자주 옆집 여자를 떠올리며 미안해한다.
"미안해요.
저는 한동안 그 소음들이 너무 그리웠어요.
벽 하나를 사이로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나만 이 작은 공간에 아이와 갇혀버린 게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위안을 받았었나 봐요.
도마 소리가 없는 식사시간은 너무나도 공허했어요
혼자 남겨진 것만 같아서..
어딘가에서 저의 앞길을 걷고 계시겠죠?"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임신과 동시에 남편과 나는 어마어마한 세계의 문을 열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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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그 미안함이 희미해질 때 즈음
반대쪽 옆집에서 여리디 여린 갓난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게 됐다.
"응애~~ 응애~~"
언제나 조용했던 옆집인데
이제야 누군가와 벽을 나누며 살고 있음을 느꼈다.
옆집 엄마도 우리 집 소음을 들으며
내가 했던 똑같은 생각들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