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7
내 아이가 태어난 지 159일.
며칠 전 외갓집에 처음으로 인사 왔던 외숙모의 모습이 떠올랐다.
연보라색 니트에 H라인 스커트 그리고 긴- 생머리..
고현정을 닮은 새하얀 피부와 커다란 눈..
어린 나는 외숙모가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다.
지금은 중학생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외숙모는
몸에 달라붙는 니트도, 치마도 입지 않는다.
긴 생머리는 짧아졌고 언제나 꽉 묶여있다.
나이를 먹는 것과는 별개로 외숙모는 아이를 낳고 달라져갔다.
어렸을 땐 외숙모의 달라져가는 모습이 아쉬웠는데
이제는 외숙모를 이해한다.
아이를 돌보며 집에만 있는 나는 머리를 매일 감지 않는다.
대학생 시절엔 눈 화장을 하지 않으면 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ㅋㅋㅋ
직장인 시절에 나는 매일 아침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도 고데기를 놓지 못했다.
엄마가 된 난 머리를 이틀, 삼일 감지 않아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닌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싫지만 방법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머리 감기와 고데기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지 오래니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 초라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나도 외숙모처럼 변해가겠지.
스스로와 타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