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4
내 아이가 태어난 지 135일.
울며 악을 쓰던 아이는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들었다.
어렵게 잠든 만큼 행동과 말이 조심스럽다.
2시가 넘어서 깬 아이.
4시 50분인 지금까지 아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깼다 잠들기를 반복했다.
그래서일까 꿈속에서도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꿈에서도 내가 엄마였던 건 처음이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과 육아적 거리두기를 하며 살고 있다.
내 모든 시간은 멈춘 것만 같다.
다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
가끔은 남편조차도 "평상시대로, 변함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질감이 들곤 한다.
딱 오늘이 그랬다.
회사 동료들과 술 약속이 생겼다는 남편의 연락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난 이렇게 멈춰있는데, 616호 안에 갇혀있는데...
이제 내 인생은 아이를 빼곤 논할 수 없다.
엄마가 된다는 게 이렇게나 내 삶을 바꿔놓을 줄 몰랐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빨리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육아는 나아가는 게 아니었던 거 같다.
그렇게 느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가끔은 어디서도 내뱉지 못할 말을 혼자 되뇐다.
조금만 천천히 엄마가 될 걸.
내 아이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만 같아서 어디서도 꺼낼 수 없는 말.
내 감정에 솔직하고 싶다.
나 좀 억울하다고,
바보 같지만 억울한 걸 어떡해?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억울함인데
사람들은 특별함이라고 말한다.
아니다, 이건 억울함보다 부러움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오늘엔 잠깐의 쉬는 시간도 없었고, 점심은 약과로 때웠고,
저녁은 아이가 잠든 시간에 조용히 숨죽이며 먹었다.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지금 밖에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나의 하루는 너무나도 길고 길었는데, 너무나도 초라했는데
사람들과 대화하며 맛있는 안주와 술을 마시고 있을 남편을 떠올리면
조금은 억울하고, 조금은 부러웠다.
난 소소하게 사람들과 술 마시며 놀았던 게 언제더라?
남편을 이해하면서도 이렇게 심술이 나는 걸 보면, 이 감정은 부러움이다.
난 언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이 정도 했으면 다시 내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꿈속에서도 아이의 엄마다.
열심히 아이를 돌보고 많은 것들이 서툴다.
꿈속에서만이라도 그냥 "나"로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나라는 존재가 흐려진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