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7의 일기.
내 아이가 태어난 지 57일.
작고 보드라운 다섯 손가락이 허공을 휘젓다 살며시 내 팔에 얹어졌을 때,
내 품에 폭 안겨 잠들었다가 침대에 눕히려 하자 더 품에 안기며
작은 손으로 내 옷깃을 꽉 잡아낼 때,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내 젖을 빨며 힐끔힐끔 나를 올려다볼 때,
목에 힘주며 버둥거리다 편안하게 내 품에 기댈 때,
목욕통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다가
불안함을 느끼면 얼른 내 손을 꼭 쥐어낼 때,
매 순간들이 나를 감동시키고 모든 감각으로 이 작은 존재를 느끼게 만든다.
잠에 쫓겨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다행히 순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친정에 있을 때와 달리 아이와 온전히 교감하며 지내는 이 시간이
몸은 더 힘들지라도 아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울적할 때도 있다.
다들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데, 난 아이와 함께 어떠한 순간에 멈춰있는 느낌을 받는다.
당장 몇 년 후를 생각하면 막연하다..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고
그 시작에 아기를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지니 걱정이 배가 된다.
종종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때도 울적해진다.
뭐랄까.. 씁쓸해진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면서도 수많은 감정들이 휘몰아친다.
이 감정들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씁쓸하다.
다 괜찮아질 거라고,
아이와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어떤 방향이든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616호에 표류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