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작가로 살아남기
흔들린다.
문장 하나에 흔들리고
말 한마디에 흔들린다.
"작가님, 원고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문장 하나에 세상이 구원받는 기분이다.
"작가님, 이 문체는 별로예요."
문장 하나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흔들려서 좋을게 뭐 있지.
좋다고 하면 쓰고
안 좋다고 하면 안 쓸건가.
아니아니.
그건 아닌데?
그래도 쓸 건데?
계속 쓸 건데?
그럼 뭐 하러 흔들려.
아.
그럼 뭐 하러 힘들어해.
아아.
머리가 독한 말을 내뱉는다.
가슴이 느끼는 감정 따윈 모르는 녀석이다.
그런데 이 녀석,
생각보다 똑똑할지도.
아무래도 나 글쓰는 거 외에는 할 줄 아는게 없나 봐.
근데 그마저도 잘 못하는 것 같아서 그런가 봐.
잘하고 싶은데.
잘 해내고 싶은데.
누구나 잘하고 싶겠지. 너만 그래?
아아아.
자신에게 자꾸 기대하는 것도 폭력이야.
으아아아.
(자꾸 아픈데 찌르지 마)
고쳐야 하는 부분은 잘 보이는 노트에 적어두고
잘했다는 칭찬은 꽁꽁 숨겨 사진으로 간직한다.
자꾸만 꺼내보는 것은 안 비밀.
하지만 자리에 앉으면 고쳐야 할 부분들만 눈에 들어온다.
덤덤해져.
무슨 말이든 덤덤하게 넘겨.
아니면 뭐 어쩔 거야.
흔들린다고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아픈데 찌르지 말라니까)
쳇.
흔들흔들
흔들리면
덤 덤 하 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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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와인잔처럼.
아무생각 없는 글이 필요해서
아무생각을 씁니다.
instagram @suyeon_lee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