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조각
해무, 바다에 피는 안개_이수연
나는 해무를 한 번도 본 적 없다.
내가 자라온 곳은 낮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도시였다.
밤이면 어두운 조명이 어둡게 깔려 길은 모두 잠들어 있었고
어느샌가 그 어두운 조명은 범죄율을 낮춘다는 이유로 파란 새벽빛의 밝은 조명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 조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노을 같던 어두운 조명을 새벽 빛보다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우리 집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항상 푸른빛이 새어 들어왔다.
나는 그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는 항상 늦은 밤 집 밖을 나가 동네를 한 시간 가까이 걷다가 집에 들어오곤 했다.
늦은 밤, 누군가가 보기엔 혼자 걷는 여자아이가 다소 위험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당시 나는 늦은 밤까지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싫어 하루에 한 번은 꼭 밖에 나가곤 했다.
어쩌면 내가 싫어한 범죄율을 내려준다는 파란 조명이 나를 지켜줬을지도 모른다.
나는 혼자 밤에 걷는 것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도시에 낮게 깔린 안개 사이를 걷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늦은 밤, 그리고 혼자.
나는 그 시간을 소중하게 보냈다.
해무라는 단어를 들은 것은 다 크고 난 후였다.
그런 곳에서 자란 나는 해무를 볼 일도, 들을 일도 없었다.
어느 날, 비가 세차게 쏟아져 안개인지 빗방울인지 모를 습기가 깔린 날, 그가 내게 말했다.
"오늘은 해무가 짙겠네."
그의 고향은 바닷가였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해무가 뭐야?"
"바다에 피는 안개."
그가 대답했다. 나는 그 단어가 늦은 밤의 산책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다.
해무, 바다에 피는 안개. 그는 안개를 보며 고향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의 건물 사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던 안개를 떠올렸다.
그와 나의 사이엔 안개라는 것을 빼면 꽤 다른 풍경을 떠올렸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고향의 모습들이었다. 각자의 고향을 향한 향수와도 같이.
비가 내렸다. 아니, 내리고 있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는 내일 아침이면 안개가 되어 그림자만 남기리라.
나는 그의 고향을 걷고 싶다. 해무가 보고 싶다.
비가 아닌 바다가 남긴 그림자를 보며 그 사이를 헤매고 싶다.
그와 함께. 그의 그림자와 함께.
작가 이수연
*우울한 당신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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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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