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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짐벌이 짐만 될 뻔한 사연(2)
드디어 촬영 당일이 되었다.
(식은땀 나는 노루 등줄기 .jpg)
3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어마어마하게 큰 스파시설이었다. 실, 내외 풀장과 카라반 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는 큰 규모의 테마파크 같았다. 우선 모델이 도착하기 전에 메인 영상 촬영 세팅 준비부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본 그대로, 주말에 연습한 그대로, 세팅을 시작했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바닥에 짐벌을 세워 놓고 카메라를 거치한 다음, 양 쪽 레버를 풀어서 수평을 맞추는 작업에 들어갔다. 최대한 처음이 아닌 것처럼. 그럼에도 막히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유튜브를 틀어 확인했고 파워 버튼이 눌러졌다.
(허리 꺾인 노루.jpg)
#1. 000에 놀러 온 여자 모델. 행복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간다. 모델 뒤로 000 로고가 크게 보이며 영상이 시작된다.(화면 전환)
첫 씬은 로우 앵글로 모델 다리부터 얼굴까지 훑고 올라온 다음 로고 쪽으로 카메라를 비추면 되는 꽤 간단해 보이는 촬영이었다. 기본 PF모드로 로우부터 잡아서 올라오는데 모델의 걷는 속도에 맞춰 빠르게 걷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속도가 올라갔다. 그랬더니 카메라 머리가 홱- 하고 내 쪽으로 도는 것이다. 엥? 다시. 로우 앵글로 다리부터 쭉 훑다가 코너를 도는 순간 카메라도 홱-. 홱- 하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 짧은 씬을 10번 정도 찍었는데 마지막 즈음 속도를 정말 천천히 낮춰 코너를 돌 때도 급하지 않게 카메라를 움직였더니 겨우 성공했다. 같은 일을 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짐벌을 잘 못 사용하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내가 잘 못 사용한 게 분명하다.
박세리?.jpg
#2. 스파시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행복해하는 여자 모델. 물놀이 필수.
다음 씬은 안에 있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설도 보여주고 즐겁고 행복하게 노는 모습을 담으면 된다. 짐벌을 처음 사용해봐서 몰랐는데, 카메라에 포커스를 조정하거나 렌즈에 줌을 당기면 짐벌의 수평이 달라져서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 처음엔 뭣도 모르고 렌즈를 움직였다가 뭔가 이상해서 알아봤더니 그렇다더라. 후우. 중간중간 삼각대로 찍고 싶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세팅이 복잡해질까 봐 하는 수 없이 다시 찍더라도 뒷 촬영으로 밀어놓는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다. 간단한 패닝샷이 필요할 때는 짐벌을 L모드로 세팅해서 시도해봤는데, Okay 컷으로 쓰기에는 살짝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