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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 파프리카 Aug 28. 2016

#3. 현실과 이상은 달랐다.

기자로서, 새로운 곳에 취업하면서 즐거움도 잠시였다.


기존에 있던 1년의 경력이 나를 발목 잡았다.

그곳에선 제대로 배운 게 없는데.. 마치 1년이라는 시간은 나를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나 보다.


결국 기사 교정지에는 수많은 빨간펜의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온라인 마감을 두 번이나 하게 되면서, 빠른 시간 안에 빠른 기사를 작성해야 했지만

난 그마저도 어려웠다. 그렇게 되면 또 "왜 빨리 안 쓰냐"며 재촉하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느렸다. 차라리 신입으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면 다행일텐데..

지난 1년이란 시간이 나를 힘겹게 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적응해갔다.

기자로서의 사명감보다.. 회사의 조직에 맞춰 나갔다.

기자라 하면 정의감을 갖고 사회적 문제에 앞장서 나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매체나 다 그러할 것이다. 회사의 방향과 논조에 맞춘 기사를 쓰는일.

내가 싫어하는 분야에도 좋은 방향으로 써야 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안좋게 비판할 수도 있고...


한 선배가 그랬다. "기자가 뭐라고 생각하니?"

난.. 그 당시 "기자는 객관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사람이 아닐까요?" 이랬던 기억이 있다.

선배는 "기자는 사실 주관적이야. 회사의 입장도 있지만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따라 기사가 달라진다. 특히 어떤 관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사의 방향은 달라지게 되는 거니까"


그 선배는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이라는 책 한 권을 나에게 소개했다.

기자출신의 김훈이 영세한 생계를 이겨내기 위해 쓴 글인데.. 기자 역시 사명감보다 밥벌이의 일종이며, 기자라는 큰 타이틀에 부담 갖지 말라는 의미로 생각된다.


그렇게 나는 기자 회사원으로서 하나둘씩 적응해갔다.

아무리 기간은 지나도 여전히 교정지에는 수많은 빨간펜의 흔적만 가득하다.

이 빨간펜의 흔적이 나를 슬프게 하다가도, 나를 좌절하게 만들기도 하고

욕심이 생기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쉽지 않다. 빨간펜의 흔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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