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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Jun 10. 2024

혼자 하는 취미생활도 공감이 필요해

  지금껏 해 온 내 취미들은 대부분 혼자 하는 것들이다.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걸 좋아하니, 나의 디폴트 값은 '혼자 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주아주아주 가~끔 같이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같은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친해지면 되지 않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잠깐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게 가장 좋고 편하다. 내 취미가 팀을 이뤄서 해야 하는 댄스나 스포츠가 아닌 이상, 혼자 해야 나만의 속도로, 내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마라톤은 수십 번은 나가봤고, 혼자 복싱체육관을 몇 년 다녔고, 지금은 혼자 수영과 피아노를 다니고 있다. 이러한 취미를 하려면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수영장, 체육관, 학원 등)에 일단 가야 한다. 가보면 나처럼 혼자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연인이나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오는 사람들도 많다. 혼자 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같이 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은 보통 혼자 하면 잘 안 하게 돼서 같이하는 게 더 좋다고 한다. 혼자 하면 더 열심히 하는 나 같은 사람이 있듯, 같이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겠지.


  어쨌든 혼자 하는 걸 좋아하지만 가끔 조금 외롭다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같은 수영장, 학원 등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 걸어가며 친분을 쌓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다. 러닝을 좋아한다고 마라톤 동호회나 러닝 모임 같은 걸 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그래도 혼자 취미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이나 어려움 등을 누군가와 얘기하며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는 그런 수다를 떨며 공감해 줄 만한 지인이 없다. 누구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나서 얘기하는 법인데, 그걸 공감하며 얘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관심도 없어하는 사람에게 나만 신나서 얘기할 수는 없으니. 물론 혼자 하는 취미들이 퍽 마음에 들긴 하지만, 가끔은 나도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럴 때 내가 하는 좋은 대안은 네이버 카페를 방문하는 것이다.


  내가 매일 방문하는 네이버 카페들이 있다. 나의 취미들인 수영, 피아노, 반려 식물, 독서 등과 관련된 카페들에 가입해 두었다. 매일 아침 하루 30분 이내로 새로 올라온 글들 중 관심 가는 글들만 쭉 둘러본다. 이런 경우 요즘은 대부분 유튜브를 보겠지만, 나는 여전히 영상을 보는 것보다 글을 읽는 게 좋다. 네이버 카페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을 읽고 공감하는 댓글을 달 수도 있고, 또 내가 궁금하거나 고민이 되는 내용을 직접 글로 올릴 수도 있다. 유튜브 보다 네이버 카페는 양방향 소통이 더 수월하다. 온라인상이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취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서로 공감대 형성과 정보 나눔이 잘 되서 나에게는 매우 유용한 공간이다.


  이제 거의 3년 반 된 취미인 피아노 관련 카페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초반에 내가 너무 못해서 이렇게 실력이 안느는 건가 싶었다. 그럴 때 네이버 카페를 찾아 피아노를 취미로 하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었는데, 세상에.. 다들 나와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못해서 안느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느는 게 당연한 거였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는 것에 큰 위안을 받았다. 그 후로는 다른 사람들 잘 치는 영상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쳐보고 싶다는 자극을 받고, 연습 방법의 꿀팁도 얻곤한다. 반려 식물 카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처음 반려 식물 키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입했다. 여기엔 고수분들이 참 많았다. 식물 이름도 척척 맞추고 식물별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빠삭하신 분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식물이 잘 자라는 모습을 찍어서 서로 자랑하기도 한다. 반려 식물의 상태가 안 좋으면 같이 안타까워하고 반려 식물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면 같이 기뻐해 준다. 미국 주식카페도 있다. 내가 매일 확인할 수 없는 시황, 지표들을 정리해 놓은 분들의 글을 확인하고 요새 시장 분위기가 어떤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는 수영, 스페인어, 독서 카페도 있다. 이제는 새로운 취미가 생기면 일단 네이버 카페 먼저 가입하게 된다.


  내 취미들이 딱히 엄청 특이한 취미는 아닌 것 같은데.. 어쩜 내 주변엔 내 취미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이리도 없는 걸까? 나는 오늘도 혼자 하지만 외롭지 않은 취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상의 든든한 동지들이 있으니까!! 비록 온라인상이지만, 이렇게 얻는 공감과 위로와 동질감 또는 가끔은 전우애(?) 같은 느낌이 활력 있는 취미생활을 해나가는 데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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