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나 빼고 다 주식하는 것 같아서 나도 해볼까 말까를 고민 중이라면, 무엇보다도 '위험을 대하는 내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미시경제학에서는 투자를 할 때 사람의 성향을 risk avoider, risk neutral, risk taker 이렇게 3가지로 나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위험성향을 이렇게 단순히 3가지로만 나눌 수는 없겠지만 이 중 어느 유형에 가까운지 정도는 알 수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만약 risk taker라면 '어느 정도의 risk까지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파악을 해야 한다.
직접 투자해 보기 전까진 본인의 성향이 어떤지 스스로도 잘 알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땐 소액으로 여러 가지 종목을 해보면서 본인의 성향을 조금씩 파악해 나가면 된다. 본인의 성향을 알고 나면 그에 맞는 종목을 고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검색 몇 번 해보면 어떤 종목의 과거 수익률이 어떤지, 안정적인지 변동성이 높은지, 사람들이 많이 투자하는(유동성이 높은) 종목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마이너스를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극 위험회피 성향이라면 주식은 안 해도 된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 다르기에 남들이 다한다고 나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 안 받고 내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돈보다 훨씬 중요하다. 원금손실 위험 없는 예적금이나 또는 채권 정도만 해도 된다. 적당히 절약하고 저축하는 습관만 있다면 이 방법으로도 돈은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귀를 닫고 머릿속에 맛있는 음식,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 등을 떠올리면 된다.
'위험을 대하는 내 성향'을 파악하고 나면(극 위험회피 성향만 아니라면), 그다음은 '나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찾을 차례다. 그동안 노무사 시험공부 방법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은 각자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공부'방법'을 쓰는지 보다 일단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투자'방법'을 쓰는지 보다 일단 '투자'를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일단 시작하고 이 방법, 저 방법 시도해 보면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나가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선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 판단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잘하고 있는데도 잘못하고 있는 건지 불안하기도 하고, 잘못하고 있는데도 운이 좋아 잘 찍은 거 가지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니 매월 또는 분기별 성과를 기록해 두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서 되돌아보면, 내가 그 당시에 어떤 점은 잘했는지, 어떤 점은 잘못했는지 스스로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보인다. 그 당시엔 몰랐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새롭게 보이기 마련이니까.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그대로 잘하고 있다면 이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것" 이게 왜 중요하냐면 흔들리지 않기가 너무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러저러해서 얼마 얼마를 벌었다'라는 류의 말을 들으면 사람인 이상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흔들림 방지책으로 사람들하고 주식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며 잘난 척 훈계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들 듯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또 많이 벌면 나도 모르게 자랑하고 다닐까 봐, 많이 잃으면 나도 모르게 침울한 말들만 쏟아낼까 봐 그냥 애초에 주식을 한다는 얘기 자체를 안 한다.
그러면 이제 마지막 단계다. 이제는 '취미처럼 꾸준히' 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주식을 취미처럼 하고 있다. 나의 취미인 피아노를 시작했을 즈음에 주식도 시작했으니, 취미로 피아노를 쳐온 기간과 주식을 해온 기간이 비슷하다.
평일 퇴근 후 매일 피아노 학원에 가서 2시간 정도씩 연습한다. 어떤 날에는 아무리 연습해도 안 돼서 한숨만 날 때도 있고, 또 어떤 날에는 너무 자연스럽고 예쁜 소리로 잘 쳐져서 기분이 좋은 날도 있다. 그래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항상 같은 시간에 학원에 가서 묵묵히 연습을 한다. 가끔은 힘들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재밌고, 또 가끔은 뿌듯하다. 한 곡 한 곡 완성할 때마다 동영상을 찍어서 레슨 때 지적받은 부분들까지 기록해 둔다. 그간 해놓은 기록들을 찬찬히 보다 보면 얼마나 성장해 왔는지 보인다.
나는 미국 주식만 하기 때문에 평일에 자기 전 5분, 아침에 일어나서 5분 이렇게 매일 하루 10분만 증권 앱을 확인한다. 어떤 날에는 미친 듯이 오르고, 또 어떤 날에는 무섭게 떨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지루하게 횡보하기도 한다. 이렇게 좋았다 나빴다 하는 날들이 무수히 오락가락하며 반복된다. 그래도 오르는 날도 떨어지는 날도 항상 정해놓은 대로 매수하고 매도한다. 가끔은 힘들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재밌고, 또 가끔은 뿌듯하다. 매월 블로그에 계좌현황과 느낀 점들을 기록해 둔다. 그동안 기록해 놓은 것을 보니 오랫동안 마이너스인 적도 있고 단기간에 엄청 오른 적도 있다. 처음에 비해선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는 내공이 조금 쌓인 것 같다.
취미로 피아노와 주식을 한 지 3년이 넘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해서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피아노와 주식은 꼭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주식은 남들 다 하니까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쉽고 빠르게 벌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하고 싶을 때,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때, 나에게 맞는 투자방식을 찾았을 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