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의 시선이 쏟아진다.
결혼한 지 세 달만에 남편은 백수가 되어보기로 결정했다.
남편은 주변 친구들에게 '너 취집했냐'라는 우스갯소리를 듣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사실 남편에게 백수를 권한 것은 다름 아닌 바로 나였다. 연애시절 남편은 참 많이 바빴다. 야근을 매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휴가라는 것이 없었다. 말 그대로 휴가 제도가 없었다. 그게 말이 되냐고 물어보면, 그냥 그런 업계라고 했다. (뭔 놈의 업계냐 그건)
그래서 제안했다. 백수.
이유는 말도 안 되는(점점 더 말이 안 되어가는) 근로 조건이었는데, 가장 심각했던 것은 주말을 다 포함해 한 달에 쉬는 날이 두 번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본인 사업도 아닌데 말이지. (사장이면 말을 안 해!)
근무시간도 8-6. 뭐야 도대체 이건. 글을 쓰다 보니 또 열이 받는다. 이렇게 휴식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남편을 두고 보기 힘들었다. 본인도 힘들어하던 차에 다른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다.
표면적인 이유야 남편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나 때문이었다.
설, 추석같은 명절이 아니면 함께 해외여행을 갈 수 없다니. 아이라도 하나 낳으면 독박 육아는 따놓은 당상 아닌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조금 더 멀리 보고 오래갈 수 있는 일이란 게 그에겐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어 남편의 사직을 결정했다. 사실 남편이 이직 생각이 있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저 내가 조금 재촉했을 뿐.
그래도 먼저 얘기를 꺼낸 건 나니까, 남편을 응원해주고 또 잘 기다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달리 막상 남편이 집에 있으니 얼른 일하러 나갔음 하고 바라는 게 아닌가. 모두가 '돈'때문 일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사실 남편을 보면 배가 아팠다.
남이 잘되는 꼴을 보면 배가 아픈 사람들이 있지 않는가.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배 아파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될 노릇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랬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나와는 달리, 그런 나를 배웅하고 집에 남는 남편을 보면 부러웠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남편의 이직이 바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날부터 나는 매일같이 남편을 놀려댔다.
"ㅎ히히힣힣히히힣ㅎㅎ 출근 일주일 남았대요!!!"
서른 먹은 어른이 이러고 앉았다. 라는 표현이 아주 찰떡같이 잘 맞는 상황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주변 친구들은 나를 굉장히 언니같고 성숙한 사람으로 여기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 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부부가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사직을 허락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로 오늘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