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그리고 SF를 만난 지금
어린 시절, 나는 늘 창밖을 보는 아이였다. 멍을 때리다 보면 선생님의 목소리는 의미 없는 배경 소음처럼 멀어졌고, 나의 의식은 한없이 가벼워 교실 창문 너머, 솜털 같은 구름이 만들어내는 미지의 대륙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복잡한 군무 속을 헤매었다. 내 흥미는 수업 시간의 문제 풀이나 자습 시간의 복습에서는 한참 먼 미지에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어른들은 그것을 ‘산만함’이라 불렀고, 집중력 결핍의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은 통제 불가능한 상상력의 폭주였다. 내 머릿속은 현실의 단조로운 선로를 끊임없이 이탈하여 수만 갈래의 가능성으로 뻗어 나가는 고장 난 기차와 같았다.
이 고장 난 기차의 이름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ADHD 진단은 많은 혼란스러웠던 과거의 조각들을 하나로 꿰어주는 실이었다. 왜 나는 단순한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밤을 새워 코딩을 하거나 흥미로운 소설을 읽는 데에는 무서운 몰입을 보였는가. 왜 아주 간단한 일을 실수하면서도, 궁금한 게 생기면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찾아서 궁금증을 해결하려 했는가.
그리고 그 깨달음의 중심에는 언제나 SF가 있었다. ADHD를 가진 뇌에게 현실 세계는 종종 너무 느리고, 예측 가능하며, 자극이 부족한 곳이다. 규칙은 명확하지만 지루하고, 보상은 너무 멀다. 하지만 SF의 세계는 다르다. 그곳은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내 생각의 속도와 보폭을 맞춰주는 유일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가끔 어린 시절의 나처럼, 끝도 없는 상상 속에 빠져들곤 한다. 하지만 이제는 인류의 미래와, 출산율을 걱정하고,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사회의 충돌을 쓰다듬는다. 세상이 나아가는 만큼, ‘나’도 나아간다. 그리고 나아간 그 ‘길’을 ‘글’로 다듬는다.
오늘도 내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과 공상들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것들을 글로 풀어놓고,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기에 더 이상은 이 혼돈이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