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병증을 구별하기
과거의 나에게 INTP라는 라벨은 편리한 방패였다.
‘원래 이런 성격이니까.’
‘원래 잘까먹어.’
이보다 편리한 설명이 또 있을까? 이 라벨은 나의 행동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향한 변명이 되어주기도 한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MBTI와 ADHD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MBTI는 개인이 선호하는 인식과 판단의 경향성을 보여주는 ‘성격 선호 지표’다. 예를 들어, INTP는 세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INFP는 내면의 가치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는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말 그대로 스타일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반면, ADHD는 신경 발달의 차이로 인해 주의력, 충동성, 실행 기능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특정 기능이 사회가 요구하는 평균적인 수준과 다르게 작동하여 ‘기능적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이 행동을 단지 선호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내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느끼는가?’
책상 정리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생각거리가 많아서’ 정리를 미루는 것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압도되어 고통받으면서도 정작 몸이 움직이지 않아 괴로운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전자는 선호의 문제일 수 있지만, 후자는 기능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글은 성급한 자가 진단을 권유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를 설명하는 편리한 라벨에 만족하는 것을 넘어, 나의 어떤 부분이 나를 나아가게 하고 또 어떤 부분이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정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성격’이라는 이름 뒤에 혹시 당신의 어려움을 숨겨두고 있지는 않았는가? MBTI가 누군가에겐 선호보다는 증상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