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fternoon

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by 토비수
photographer_김강희 Kanghee Kim


날씨의 영향을 참 많이도 받는다.

지난 몇 년과는 다른 토요일 오전의 일과를 보낸다.



일주일 중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을 이제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과 보낸다.


김강희 Kanghee Kim


그 낯설음을 달래려

어딘가로 달려갔다.

몸은 지쳐 걷지만, 마음만은 달리고 싶다.

디 뮤지엄 [weather] 전시장




요즘같은 날엔

떠오르는 시 구절이 있다.

출근 길에 가끔 보며 위안을 얻는다.

명치를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모든 꽃이 시들듯이

청춘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생의 모든 과정과 지혜와 깨달음도

그때그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영원하진 않으리.


삶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새로운 문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이별과 재출발의 각오를 해야만 한다.


무릇 모든 시작에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어

그것이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공간들을 하나씩 지나가야 한다.

어느 장소에서도 고향에서와 같은 집착을 가져선 안 된다."



다르게 보면,

내가 편안할 수 있는 토요일 오전이 과거였다면

이젠 남이 즐겁고 편안할 수 있는 오전을 만들어 '주고',


'따스한 오후'를 나의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된 건지도 모른다.


비를 뚫고, 가파른 꼬부랑 언덕길을 오르 내려

도착한 디뮤지엄 <weather>전시장.



햇볕 아래 땅

몸을 기대고

웃고있는 저 소녀가 아름답다.


무엇이 아름다운 걸까?


햇살

미소

머리카락

감은 두 눈


무엇이 그렇게 좋은 걸까?


그런데 이 소녀는 ... ... ?


여기보다 어딘가를 향해 가고 싶은

보고 싶은 나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검은 그림자는 늘 따라온다.

그 그림자와 함께 땅에 눕는다.

땅이 안아줬으면 좋겠다... .. .

부드러운 흙과 햇살, 따스한 공기

그거면 충분한데.


...


다양한 계절의 얼굴 속에서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건,

예브게니아 아부게바라는 젊은 여성 작가의 사진이었다.


예브게니아 아부게바Evgenia Arbugaeva


어린시절의 기억이 서린

러시아의 고향마을로 돌아가

담아온

눈 덮인 마을의 풍경, 노인의 얼굴은

회화 작품 같기도 하고,

얼어 붙을 듯 한기가 느껴지는 동시에 그녀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예브게니아 아부게바Evgenia Arbugaeva


문명, 유행, 최첨단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이 러시아의 조용한 시골 마을은

낡고 폐쇄적인 느낌도 들지만

그녀의 사진 속에서 만큼은

'한 편의 동화'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브게니아 아부게바Evgenia Arbugaeva



위 사진은 전시장 벽면 약간 위쪽에 걸려있었는데

이상하게 계속 시선이 갔다.

낡은 건물... 뛰노는 아이들...

어른이 되어 어느 순간 질퍽데는 눈이 귀찮아 졌다.

그런데

저 사진을 본 순간

아파트 옥상에서 윗집 언니들과 눈싸움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낡은 아파트.. , 이 세상의 자유를 다 가진 듯

우리 머리 위로 흐르던

새하얀 하늘과 공기, 그리고 바람... ... .



예브게니아 아부게바Evgenia Arbugaeva


24시간 동안 빛이 들지 않는다는

러시아 어느 지역 기상관측소에서 일하는

한 아저씨의 모습을 담은 <Weather man> 시리즈.


Shaun Tan <도착>의 한 장면


숀탠의 <도착>이라는 그림책이 연상되었다.

빛도 인적도 없는 그 곳에서 오랜 시간 묵묵히 일해 온 그의 눈 덮인 시지프스 언덕은

과묵하고 정직하면서 동시에 한 편의 시 같았다.




"Sunshine is delicious, rain is refreshing, wind braces us up, snow is exhilarating:

there is really no such thing as bad weather, only different kinds of good weather."


"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

_John Ruskin



나의 7요일 중 가장 행복했던 토요일은

이제 다른 장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고

어디에 있어도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또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노력하면 가능한 변화'들은 여전히 눈앞에 있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다르게 변하고 있는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

변화를 슬퍼하기 보다는

받아들이고 싶다.


날씨가 변하듯

그러나

돌아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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