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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비수 Aug 29. 2021

오래된 목욕탕의 풍경

그림 여행

여름이 오고 있다.

추운 초봄, 더운 늦봄, 청량한 초여름

그리고 실내 에어컨 냉기


계절마다의 특징이 있지만

요즘은 한 계절 안 다양한 온도와 색채가 숨쉬고 있는 듯하다.

봄에 태어나고 좋아하는 나지만,

더위보단 추위에 약한 편이라 여름을 환영한다.

하지만  여름이 발을 드밀기도 전,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에어컨 바람 때문이다.



작년 3월,

엄마의 고향인 남해도 무지 추웠었다.

연둣빛 잎과 벚꽃으로

남쪽지방 특유의 이른 봄이 온 듯 보였지만

그 때 우리의 실상은 오리털파카 중무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인위적인 냉기와 비교하면,

자연이 주는 칼 바람이

오히려 더 따뜻했던 것 같다.

적어도 그 바람 안에서는 자유로웠고

건강했다.

몸이 웃었다.



봄의 끝을 맞이하여

오늘은 작년 봄 남해에서, 추억에 잠긴 어떤 순간을 꺼내보려 한다.



엄마의 고향 마을 재래 시장엔

활기가 있다.

신선한 공기와

이제 막 남해 바다에서 건져올린

파다닥 파다닥

생선들... ... .


짠내나는 그 거리를 걷다보면,

입맛도 돋궈지고

시원한 매운탕 국물도 생각난다.


시장 가운데 자리엔

나물파는 할머니들이 계신다.

시골 인심 좋다는 말은 옛 말-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으로, 더 많이 팔고 싶어하는 할머니들.

하지만 나는 그들의 그 생활력이 다.



재래시장 한 쪽 귀퉁이엔

오래된 목욕탕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 엄마와 손 잡고

가던 동네 시장 속 목욕탕이 떠오른다.


목욕 후

집으로 들고 가던 검은 봉다리 속

뜨끈한 순대도... ... .


가만 보면 행복이란 건

참 별거 아닌 거에서 풍겨온다.


'이런 향수를 언제 또 느낄 수 있을까?'



장 나오는 길목,


하늘은 청량했다.

바다처럼.


저 산 너머까지 줄줄이 이어져 있는 전깃줄

내가 억지로 조정하고 관리할 수도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로 내버려 두어야 하는게


인생인가 ?


그런 생각이 문득 든 하늘 아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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