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원래 20대의 연애는 형편없다.

그 형편없고 아름다운 시절

by Chacha


30대 후반의 연애


어제 20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
30대 후반에 아직 미혼인 친구와,
30대 후반의 결혼, 출산, 육아를 지나 양육의 시기에 접어든 나는 사뭇 다른 에너지다.
그러나 아무리 오래간만에 만나 시답지 않은 옛이야기를 해도, 좋은 친구와의 시간은 행복하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생기가 돌았다.
이건 아줌마의 촉으로 단번에 알 수 있는 '연애 생기'였다.
약간의 설렘과 편안함을 보며 꽤 오랜 기간 혼자였던 친구가 좋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엄마처럼 흐뭇했다.


30대 후반의 연애는 조금 여유로워 보였다.
20대에만 연애를 해본 내가 느껴본 적 없는 묵직함 이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의 20대는 어찌하여 '연애' 한 번이 그리도 불안하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의 20대 초중반 연애는 몹시도 형편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 자신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형편없었던 놈들 (그들도 지금은 형편없지 않다고 믿는다.)과 그 힘들고 불안한 연애들 덕분에 나는 적어도 나 자신을 조금 더 정확히 알았다.

여러 번의 연애 실패 끝에는 늘 성찰과 애도의 시간

있었다.
그리고 그 형편없었던 시절을 보내고 나서야 아주 조금씩 더 나아진 나를 발견했다.
나를 알고 싶다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많은 연애를 해보아야 한다.
'연애'는 자아를 키우고 나를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0대의 연애는 어렵고 불안하다.​
자아가 덜 성숙되어 있고, 나 자신도 누군지도 모른 채 타인과 관계 맺기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수와 시행착오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20대의 연애는 이별 연습이다.​


잘 이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헤어져 주는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20대의 치열한 연애를 겪어 보아야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결국 만남과 이별이다.​
모든 이별(물건, 사람, 시간을 포함한 모든 것)은 아쉽고 슬프지만,
인생에서 겪는 모든 헤어짐에 지나치게 슬픔에 빠지지 않도록 연습하는 과정이다.



20대의 연애는 애착과 독립의 균형이 어렵다.​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해야 하는 불안형과 끊임없이 벗어나려는 회피형이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자신의 자아를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나 이 반대편에 서 있는 불안형과 회피형은 서로에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는 이성에게 서로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는 생각보다 과학적이다.
20대의 연애가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반대되는 상대에게 더 몰입되는 이유이다.



20대의 연애는 백신과 같다.


몸을 해치는 바이러스와 맞서 싸울 힘을 갖추기 위해 약간의 바이러스를 일부러 마주하는 것이다.
평생을 같이 살아갈 배우자와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20대의 형편없는 연애는 그래서 소중하다.





20대의 당신이 지금 하는 연애가 너무 형편없고 힘겹다면,
그것은 당신이 업그레이드 중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 더 자아가 성숙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더 잘, 컨트롤할 수 있다. (물론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성숙되지 못하는 피터팬 들도 있다.)
힘겨움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조금 편안해진다.
당신의 업그레이드 중인 20대를 응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후회의 순간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