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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Jul 12. 2024

탓하지 않는 육아

written by 다나카 야스오



가끔 SNS을 통해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을 본다.


댓글이 다양하다. “자폐 스펙트럼 특징과 너무 비슷해서 고민했는데, 제 아이는 예민한 아이가 맞는 것 같아요.” 이 같은 글을 읽으면, 우리나라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속마음이 보인다. 예민한 아이는 괜찮고, 예민한 아이처럼 보이는 특징을 가진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느린 아이도 비슷하다. 그냥 느린 것과 지적 장애가 있는 것. 우리는 그 안에 존재하는 여러 사례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표현으로 발달장애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 어떤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그레이 존.

 

이담북스에서 나온, 발달장애 관련 책 두 권을 연이어 읽었다. “발달장애&그레이 존”과 “탓하지 않는 육아”. 모두 일본에서 출간한 책을 번역한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에서 발달장애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도 뒤따르지 않을까?


“발달장애&그레이 존”과 “탓하지 않는 육아”. 둘 다 구성이 비슷한데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몇 가지 대처 방법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책에 나온 사례 수만 비교하면 “발달장애&그레이 존”은 생활 습관, 학교 생활, 운동과 학습 등 상황을 중심으로 총 33 개의 사례, “탓하지 않는 육아”는 연령별 발달을 기준으로 총 12개의 사례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발달장애&그레이 존”은 자신의 고민과 비슷한 사례를 찾아 읽으면 좋을 것 같고, “탓하지 않는 육아”는 연령별 발달 과정에 맞춰 사례를 제시하기 때문에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탓하지 않는 육아"를 쓴 아동 정신과 의사이자 임상 심리사인 작가가 발달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태도는 특히 배울 점이 많다.  


이 책의 1부에서는 ‘발달장애’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심정을 떠올려보며 이들을 직접 만났다는 가정하에 서술했습니다. P15


“탓하지 않는 육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면, 이 책은 총 2부로 1부는 발달장애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아이의 연령별 사례를 제시하고 2부는 진단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밝힌다. 1부에서는 작가가 각 사례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따뜻하면서도 조심스럽다. 작가의 태도는 어떤 점에서는 너무도 모범적이라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소아 정신과 의사가 모두 작가와 같다면,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위로를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 그만큼 성의 있게 아이를 관찰하고, 아이가 속한 가정의 상황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아이를 이해하고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을 찾으려는 작가의 충실함을 엿볼 수 있다.


아쉽게도 작가와 같은 의사를 찾는 것이 가능한가는 의문이다.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작가와 같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선생님, 친구들, 그 밖의 사람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 이 책도 그 지점에 서 있다. 발달장애나 발달장애가 의심되는 아이들에게 유치원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면 의사 선생님과의 연계 또한 필수다.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급생과 이들의 가족도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책에서는 특수 교사의 도움을 받는 몇 가지 사례가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특수 교사에게 아이의 학교 적응을 위해 무언가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지는 잘 모르겠다. 특수반도 통합반도 아닌, 일반반에서 생활하는 경우 담임 선생님에게 아이에 대한 몇 가지 언질을 주는 것도 사실 조심스럽다. 돌고 돌아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모다.



결국 다시 나를 향한다.
작가의 태도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발달장애에서 자유롭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 누구보다 충실하게 아이를 이해하는.



※ 진단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일부 발췌해서 옮긴다. 오래도록 곱씹을 문장이다.


저 역시 발달장애 진단을 내리기보다, 다양한 배경에서 자라왔을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부모랑 아이랑 함께 발달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데 중점을 둡니다. P158
발달장애란 단순히 발달에 장애가 있을 때가 아니라, 생활에 지장을 초래해 ‘생활 장애’가 생길 때 진단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발달장애 진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지만, ‘생활 장애에 대한 지원’은 그때마다 가능한 범위에서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163
확정 진단을 서두르지 말고 사소한 어려움이라 하더라도 세심하게 지원하는 것, 그리고 진단명이 붙든 그렇지 않든 부모가 느낄 양육의 고됨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진단명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양육에 필요한 적절한 대처와 보육, 교육은 할 수 있으며, 아이를 이해하는 일 역시 가능할 것입니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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