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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하 Jan 14. 2023

[Tile9] 어른+어린이

230112


나는 올해 이맘때쯤에는 드디어 자가 운전자가 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작년 어렵게 운전을 할 결심을 했고, 거의 20여 년 전 짧은 운전 경험 후 장롱면허가 된 면허증을 다시 꺼냈다. 처음에는 언니네 차로 가끔 연습했는데 딱 시기에 맞게 마치 나의 꿈을 응원하듯 친구가 차를 바꾸며 작은 경차를 나에게 거의 거저 넘겨주었다. 꼭 오너드라이버가 되라는 응원을 담아서 말이다.

그리고 두 달동안. 매일매일 '일일 일운전'을 실천하며 스트레스도 엄청 받았지만 열심히 그렇게 운전 연습을 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서울 수해가 나며 나의 두 달의 시간은 침수차가 되어 폐차가 된 나의 차와 함께 같이 물에 잠겼다. 결국 초보운전 딱지를 떼지 못하고 나는 새해를 맞았다.

그리고 네 달 여만, 오랜만에 다시 언니네 차를 빌려 운전을 해보았다. 그래도 두 달의 시간이 완전히 헛되진 않았는지 운전대를 잡는 마음이 그렇게 불안하진 않았다. 초보를 넘어서진 못했지만 조금은 나아져 있었다.


어느 일에나 시작이나 초보일 때가 있다. 요즘 각 분야에 어린이라는 단어를 합성해 그 분야에 초보인 사람을 니타내는 말이 유행한다. 요린이, 등린이, 골린이.. 등등

살면서 시작은 했지만 성장하지 못하고, 그저 초보인 채로, 혹은 시작하기 전으로 사라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어른인데 어설픈 어른 초보는 뭐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른+어린이를 붙여보니 결국 어린이다. '어른이'라는 말을 쓰기는 하는 듯한데 결국 어른을 바꾸진 못한다. 어른이 되는 일에는 초보가 없는 걸까. 그 어느 분야보다 어려운 데 말이다.   

어쩔 수 없지. 무럭무럭 어른이 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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