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안녕하세요, 백수입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구)이커머스 노동자의 회고록.

by 오늘

2010년 초반은 지역 티켓을 기반으로 한 소셜커머스가 유형상품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급성장하던 한국 이커머스의 부흥기였습니다. 의심이 많아 온라인쇼핑은 죽어도 안하던 어느 대학생은 백화점 MD가 되고 싶었지만 공채입사 필수 코스였던 인턴을 줄줄이 떨어진 뒤, 지인의 추천으로 주황색 괴물을 마스코트로 하는소셜커머스 업체에 입사지원을 하게 됩니다. 운동부족으로 팔에 근육이 없어서인지, 그 당시 수전증이 있던 그녀는 면접 당시에 '긴장해서 손을 떠는 모습이 신입다워서 좋았다'는 평을 들으며 합격하게 됩니다.

(훗날 회식자리에서도 떨리는 손을 보며, 그녀를 뽑은 본부장은 헛웃음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소셜커머스MD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상품을 기획하면서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야근을 했습니다.

2016년 정도 되었을 때, 소셜커머스 Big 3사 중 한 업체가 배송 서비스와 체계적인 매입구조, 가격최적화 등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면서 M/S를 공격적으로 늘려갔습니다. 위협이 된 그녀의 회사는 부랴부랴 후발주자로서 따라가기 급급했습니다. 포털 가격비교 사이트에 원부매칭을 늘리고, 이익율을 높이고 ... 자정이 가까운 밤 늦게까지 야근하던 그녀는 머리로만 해야하는 생각을 그만 그녀의 상사에게 묻고 맙니다.


"본부장님, 나중에 시스템이 제 일을 대신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녀는 본부장의 대답을 듣고 그날로 이력서를 쓰기 시작합니다. 무슨 대답을 들었을까요? 그녀는 그 후로도 약 7년 넘게 이커머스 노동자로 일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야근하던 날의 질문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이제는 이커머스 노동자가 아니라, 백수라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백수입니다. 그런데 이제 약간의 이커머스에 미련을 못버린.

그렇게 흔한 이커머스 노동자의 회고록, 그리고 이제 다시 시작점에 멈춰진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p.s.

그래서 그 본부장님은 뭐라고 했냐구요?

"그럴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