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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요 Dec 22. 2023

이북리더기 살까? 13년 차 유저가 정리해 본 장단점

살까? 말까? 고민하는 당신에게

비스킷을 아는가. 먹는 비스킷 말고 읽는 비스킷. 나의 첫 이북 리더기다. 2010년에 샀다.


비스킷을 사용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인내심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려터진 반응속도를 꿋꿋이 견디는 걸 보고 느꼈다. 누워서 책을 읽겠다는 열망이 더 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한 권을 구입해 다운로드까지 할라치면 감내해야 할 단계가 도대체 몇 개인지. 그 즉시 아이패드로 읽는 전자책 세계에 빠졌다. 이번엔 다 좋은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장시간 화면을 보고 있자면, 눈의 피로감이 상당했다. 눈의 혹사를 두고만 볼 수 없어 두 번째 이북 리더기인 크레마를 들였다. 6, 7년쯤 쓴 것 같다.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서 상위 기기가 나왔음에도 의리를 지켰다. 


꽤나 의리가 있는 사람이건만. 정든 기기 대신 새로운 기기가 탐나기 시작했다. 블루투스로 이북리더기와 리모컨을 연결하면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갑자기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화면을 터치하는 일이 점점 거슬리더니 번거롭게 느껴졌다. 꼼짝 않고 누워서 리모컨만 누르면 저절로 페이지를 넘길 수 있다는 경험 해보지 않은 세계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오닉스 포크 2가 도착했다. 리모컨도 함께. 전자책 읽기의 신세계가 짜릿하게 펼쳐졌다. 리모컨만 누르면 알아서 페이지가 척척 넘어가니 손가락만 까딱하는 최소 동작만으로도 독서 활동이 가능했다. 게으르지만 더 게으르고 싶은 프로 게으름러에게 최상의 만족도를 선사할 만큼.  


최신(!) 이북 리더기의 반응 속도에도 놀랐다. 스마트폰과 비할 바는 못 되나 이전 기기와 비교하자면 1.2배속정도로 속도를 조절한 것 같달까.


10년 넘게 이북 리더기를 쓰는 이유가 또 있다. 글자 크기와 간격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 좋다. 글자 크기를 크게 조절하면 안경을 쓰지 않고도 책을 읽을 수 있기에.


서점에 가지 않고도 읽고 싶은 책을 즉시 구입해 바로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수십, 수백 권의 책을 기기 하나에 넣어 휴대 가능하다는 편리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


물론 단점도 명확하다. 확실히 읽는 맛이 덜하다. 술의 종류마다 어울리는 잔이 있듯 책의 고유한 물성까지 느끼며 읽어야 ‘책을 읽는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참 전자책만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점이다. 주야장천 종이책을 읽다가 전자책을 읽었더니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는 듯 어색하게 느껴져 적응이 필요했을 정도다. 


다시 보고 싶은 문장을 찾을 때에도 꽤나 불편하다. 손으로 책장을 와르르 넘기거나 대충 이쯤이다 짐작되는 페이지를 펴서 밑줄을 찾는 과정을 나는 더 좋아하니까.



얼마 전 지인이 “이북리더기 살까?”라고 물었다. 요즘엔 종이책을 더 편애하니 나도 모르게 이북리더기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얘기해 버렸다. 후회스럽던 차, ‘살까? 말까?’ 물어보는 사람에게는 이미 정해진 답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다. 내가 말한 단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휴대하기 좋다는 말에 구매 버튼을 눌렀다고.


이북 리더기 살까? 말까? 고민한다면? 언젠가는 사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아예 고려조차 안 할 테니까요! 


참, 또 한 가지! 책은 전보다 더 많이 읽게 될 거예요. 한 껏 게으름 부리며 누워서 읽는 맛이 꿀맛이기에. 


생활력코치•프로토닥러•프로작별러•번아웃,아웃 연습하기 코칭 워크숍 진행자

일하는 '생활'과 일상'생활'이 조화롭도록 돕는 페이스 메이커! 생활밀착 자기돌봄 연습하기! 제가 처음이고, 제가 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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