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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축구 Mar 15. 2016

호날두도 보통 남자

호날두 (2015) | 다큐멘터리 | 102분


숨겨진 '인간' 호날두의 진면모에 대한 관찰


두 부자가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 중이다. 

아빠는 아이의 주스를 챙겨준다.

출근하기 전, 아이를 놀이방에 데려다준다. 


밤이다. 아빠는 말한다. 

“이리 와서 뽀뽀해줘야지?”

이불을 덮어주고, 불을 끈다.


다음 날 아침, 커튼을 치고 일어난다.

아이에게 주스를 따라준다.


호날두 주니어와 호날두


특별할 것 없는 부자(父子)의 일상이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우선 이 가족에는 엄마가 없다(어딘가에 있지만, 누군지는 모른다). 수영장과 차고가 딸린 대저택에 덩그러니 둘만 산다. 결정적으로 이 집 주인이자 아이의 아빠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란 점에서 이 평범한 '드라마'는 특별한 '다큐멘터리'가 된다.


호날두는 스타다. 남들도 그렇게 얘기하고, 본인도 스타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도 집에선 아이의 주스를 따라주고, 어떻게든 음료 한 잔이라도 더 먹이려는 아빠다. 타고 다니는 차가 조금 더 폼 나고, 지나갈 때 사람들이 알아보며, 다른 아빠들보다 몸이 조금 더 좋고, TV에 자주 출연할 뿐... 집에선 그저 부성애 넘치는 아빠다. 


아들(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주니어)은 스타가 뭔지 모르는 평범한 아들이다. '엘클라시코'와 같은 빅매치를 VIP석에서 보지만,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인지하지 못한다. 경기장에서도 핸드폰(또는 태블릿 PC) 액정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걸 보면.



아빠가 놀이방에 데려다주기 전에 차고에서 묻는다. 


"어떤 차가 없지?"

"음. 람보르기니! 어디 갔어요?"


"음료를 어떤 컵에서 마실래?"

"페라리요!"


남들보다 조금 더 부유할 뿐이다.


형과 아우


호날두도 누군가의 아들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포르투갈의 경기를 가족들과 시청하다가 가슴이 뛰어 못 보겠다고 말하는, 포르투갈이 독일에 크게 지자 연거푸 "괜찮냐"고 물어보는 모친이 곁에 있다. 한창 엄마를 찾을 나이인 12세에 아들을 리스본으로 보내 고생시킨 것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고, 2014 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아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 그런 엄마다. 호날두는 엄마가 걱정하는 것 같으면 이런 말로 안심시킨다. 


엄마, 이건 그냥 게임이에요




영화 <호날두(2015, 안소니 원크 감독 作)>를 보면, 화려한 조명 속 스타 호날두 주위에 가슴 따뜻하고 진심으로 그를 위해주는 수많은 사람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축구선수의 꿈을 접고 자신의 박물관 사업을 도맡은 형 우고(Hugo)도 있고, "네가 얼마의 금액을 원하든, 난 그것의 두 배를 만든다"고 말하는 친삼촌 같은 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도 항상 옆에 같이 있다. 호날두가 수많은 스캔들에도 흔들리지 않고 10년 가까이 축구계 최정상에 머문 배경이다. 


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와 포옹하는 호날두


누군가는 이 영화에 담긴 의도가 호날두의 '인간미'를 지나치게 부각하려는 것이라 비평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날두가 그렇게 굳이 꾸미지 않아도 평소 진심으로 아이를 챙기고, 어머니를 걱정하고, 형에게 의지하는 평범한 인간이란 건 이 영화 곳곳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세기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와도 관계도 마찬가지다. 호날두는 말한다. "2013년까진 나쁘지 않았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주고받았다. 브라질 월드컵 전 메시가 '부상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고, 가족 안부도 전했다. 언론이 라이벌 관계를 만든 뒤 변했다"


호날두하면 함께 떠오르는 이름, 메시


"슬프다""내가 최고다" 발언. 난사왕, 동료 고자질(루니), 거만한 세리머니, 경기 중 폭행 논란, 여성 편력까지. 이 중 일부는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아무튼 호날두의 얼굴들은 이렇게 다양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간 호날두'는 그동안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혹은 잘 드러나지 않았던 '스타 호날두'를 구성하는 마지막 퍼즐쯤 된다.


전체를 보지 않고 누군가를 평가하는 일은 어리석다. 영화는 그렇게 말한다.


영화 공식 예고편


글 - 윤진만 (MK스포츠 축구전문기자)

사진 - 영화 스틸컷, 포스터

교정 - 오늘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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