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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축구 Mar 18. 2016

희망과 꿈, 그리고 인생이 담긴 축구

누구에게나 찬란한 (2014) | 다큐멘터리 | 87분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를 소재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비상>의 임유철 감독 작품이다. 영화판에서는 드물게 축구영화를 연출해온 그가 이번에는 경상남도 한 지역아동센터의 유소년 축구단 '희망FC'를 통해 축구에 담겨있는 희망과 꿈,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는 가난해서 축구를 할 수 없는 아이,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아이 등 하나같이 녹록지 않은 환경으로 말미암아 축구를 제대로 배울 수 없는 아이들이 실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여전히 열악한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 환경과, 그런 상황에서도 축구를 즐기며 축구선수라는 꿈을 위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이 너무나 좋아하고, 늘 하고 싶어 하는 축구를 통해 성장하고 인생을 배워나간다.


자칫 뻔해 보이는 스토리지만 영화는 그저 단순히 희망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실제 나아지는 과정을 담아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희망 - 축구에서 '인생'을 배우다


'희망FC' 아이들에게 축구는 곧 그들의 '삶'이다. 한 아이는 축구를 못하면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재밌단다.



이 팀의 아이들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님과 따로 살거나 집안 사정으로 아동센터에서 공동 생활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선지 쉽사리 남들과 마음을 열어 어울리지 못하고, 함께 하는 즐거움을 모른채 살아간다.


이런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함께한다는 것에 대해 배운다. 특히 희망FC의 2대 감독인 김태근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아이들에게 항상 '우리'를 강조하면서 팀으로서 하나 됨을 교육한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들 스스로 힘을 합해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를 품어주게끔 이끈다. 홀로 외롭게 지냈던 아이들이 차근차근 훈련과 실전 경기를 통해 '팀'의 의미를 배우며 성장해 간다.


축구 경기는 결국 승부를 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희망FC 아이들은 축구를 통해 이기고 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배운다. 나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함께 어울리며 나아가는 마음과 먼저 희생하는 자세다. 


영화는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과, 그 과정에서 그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묵묵히 보여준다. 결국 어린 마음에 마냥 즐겁고 좋아서 시작한 축구지만 그 축구를 통해 아이들은 인생의 중요한 가치를 배우고, 관객은 '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선수를 꿈꾼다



현실 - 마음 한켠에 여전한 씁쓸함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의 그늘진 영역을 매우 사실적으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희망FC부터가 밝은 이름과 달리 꿈과 희망을 펼치기엔 너무나 어둡고 씁쓸한 현실 속에 놓인 팀이다.


희망FC의 초대 감독인 박철우 감독은 팀 아이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는다. 지역아동센터와 힘을 합쳐 결국 희망FC를 만들었고 직접 따뜻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며 동고동락한다. 하지만 팀이 계속 유지되려면 '성적'이 필요했다. 즐겁게 어울리고 따뜻하게 감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축구를 잘해서 이겨야했다. 


처음의 훈훈했던 생활이 결국 현실 앞에 무너졌다. 좋은 성적을 거둬야 했던 박감독은 아이들의 실력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강압적인 지도와 훈육이 뒤따랐다. 대회 성적을 우선하는 보편적이고 냉정한 현실 앞에 선의와 이상이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도 이런 박감독의 변화에 축구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감독 선생님한테 혼나는 것이 무서워 그 좋아하던 축구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생겼다. 아이들이 마음 편히 축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과 구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감독은 현실 앞에 무너졌고, 아이들도 축구를 포기하게 된 것이다. 



박감독이 떠나고 고심 끝에 김태근 감독이 새롭게 팀을 맡으면서 아이들은 다시 '즐거움'을 찾았다. 축구가 다시 재밌어졌다며 좋아했다. 평소 실력 우위의 임대 선수들에게 밀려 대회에는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후보 아이들이 김감독과 동료들의 배려로 마지막 경기에 뛰게 됐을 때, 두근대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걸고 뛰는 모습에서 이미 승패는 무의미해 보인다.



아직 우리나라 풀뿌리 축구는 아이들이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비단 영화에서 다루는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좋은 환경의 아이들 중에도 이미 어렸을 때부터 높은 성적과 이기는 법을 우선시하는 교육을 받다 보니 축구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잊고 결국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목 놓아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 외치는 희망FC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켠에 여전히 씁쓸한 구석이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현실은 냉정하고 때론 잔인하지만 그래도 희망FC 아이들은 그저 축구가 좋고, 재밌어서 오늘도 열심히 공을 찬다. 축구공 하나로 꿈을 꾸고 축구공 하나에 울고 웃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공을 차서 상대 골대에 많이 넣으면 이기는 단순한 운동 '축구'를 평생의 절친 삼아 푹 빠져 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찬란한 지금 이 순간. 다소 투박하고 채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이 영화를 통해 축구에 담긴 '희망'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영화 공식 예고편


글 - 최병진 (축구전문 블로그 최병진의 풋볼라이프 운영자)

사진 - 영화 스틸컷

교정 - 오늘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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