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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축구 Jun 27. 2016

인생경험의 기록, 15/16 챔스 결승 직관기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 (주세페 메아차)

1.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쩌다보니 매우 운이 좋고 친구를 잘 만나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VIP 티켓(*1)을 얻게 되었습니다.


4월 초 8강 1차전이었던 PSG-맨시티 경기 VIP석도 같은 분이 주셨는데 이건 안중요하니까 넘어가고, 하여튼 그때만 해도 레알 마드리드는 볼프스부르크에게 원정 가서 0-2로 지고 왔기 때문에 가봤자 바이언-바르샤를 보던지 아틀레티코를 보겠거니, 하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잉글랜드 원정 가서도 0-0으로 비겨오고... (아이고)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심 기대를 안하고 있던 건 아니었죠. 하여튼 그때 파리 경기만 직관한 후 "결승 티켓 주겠다"라는 말만 들었던 상태라 주시면 좋은거고 아님 아쉬운거지 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월 말에 잠시 집에 왔다가 5월 초에 런던 놀러가 있는데 친구A가 얼른 비행기 티켓 끊으라며 문자가 왔더라구요. 우리 가는거야? 라며 신나서 학교 친구들에게 1차 자랑을 쭉 했습니다. 사실 5월 내내 엄청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마드리드 친구들 중 하나가 아틀레티코 팬인데 불꽃튀는 신경전도 벌였구요.


런던에서 아이폰으로 미친듯이 비행기 티켓을 끊고 호텔을 (친구가) 결제했습니다. 평소 주말의 3배를 받더라구요 윽.


하여튼 가게 됐습니다, 밀라노!




2.


하루 일찍 밀라노에 도착하니 공항에서부터 온통 UEFA 로고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광고로 도배가 되어있었습니다. 닛산에선 아예 VIP 초청하는 김에 공항에서 픽업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더라구요. 전 닛산과 1도 관계가 없으니까 우버를 타고 밀라노 두오모 광장 근처의 호텔로 향했습니다.


두오모 광장은 페스티벌 관계로 대형 스크린이 설치 되어있고 빅이어도 전시하고 여러가지 행사가 진행되었던 만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습니다. 여기가 이탈리아인지 스페인인지 헷갈릴 정도로요. 그냥 놀러온 거였음 빅이어도 만져보고 사진도 찍고 그랬겠지만 전 VIP 티켓이 있으니까 헤헤. 두오모 성당은 정말 스쳐 지나가며 사진 한 장 찍고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럴 시간이 어딨어요?


그 사진 한 장.jpg


금요일은 적당히 맛있는 이탈리안 파스타 먹고 신발 쇼핑하고 카페에서 수다 떨고 젤라또 먹으며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전날 3시간인가 밖에 못자고 리얼 6시 반 비행기인가 타고 8시에 밀라노 도착해서 쉬지도 않고 하루종일 밤까지 놀러다녔으니 여유롭게는 아니었으려나요(…)


하여튼 더럽게 이탈리안 맛없기로 소문난 파리에 있다가 밀라노 와서 파스타 먹으니 그제야 좀 사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파리는 일주일 내내 우중충하고 비오고 추웠는데 (사족이지만 올 여름 날씨 유럽 날씨 왜 이런거죠?) 밀라노 도착하니 낮 최고 기온이 30도, 31도 이랬어요. 행복이 뭔지 느꼈습니다.




3.


경기 당일인 토요일은 느지막히 일어나서 점심 먹고(일식!) 호텔로 돌아와서 경기 보러갈 준비를 했습니다. VIP 티켓은 UEFA와 각 스폰서 회사에 배정되는 것 같은데, 따로 경기장까지 교통편을 제공해 주더라구요. 오후 다섯시쯤,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드디어 산시로로 향했습니다!(*2) 


10 꼬르소 꼬모 가본답시고 우버 탔던 걸 빼면 걸어다닐 만한 반경의 시내에서 놀아서 그랬는지 교통상황은 전혀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하철 몇몇 구간 통제에 주요 도로 폐쇄 등 경기 때문에 교통통제가 심각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시내를 빠져나가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가 경기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는 VIP 버스 등으로 길이 꽉꽉 막혔습니다. 창밖을 보니 무려 시내에서 걸어가는(!!!) 팬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29~30도 무더위에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시다니 #respect ...


버스에서 내려 경기장으로 가는 길


경기장에 도착하니 VIP는 따로 경기 전 먹을거리와 구경을 할 수 있는 구역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시큐리티 체크는 빡세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간단한 가방 검사와 흡연 여부를 묻는 질문(왜?) 후 입장했습니다.


스폰서 회사에서 각각 설치한 텐트에는 볼거리도 많고 저녁을 위한 케이터링 서비스도 있었는데, 저는 UEFA 텐트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DJ부터 조명에 케이터링까지 오래 준비한 티가 역력히 나더라구요. 솜사탕이랑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킥오프 한 시간 전쯤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선수들 입장하는 것 마냥 전용 출입구가 있어서 결승전 보러가는구나, 그때부터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출입구에 챔스 주제가가 계속 나오던 건 덤이었구요!  




4.


자리는 VIP 티켓 중에서도 좋은 축이었는지 UEFA 귀빈석(플라티니와 페레즈와 스페인 국왕 부부가 앉는 뭐 그런 자리 있잖아요. 여름엔 에어컨 나오고 겨울엔 머리 위에서 히터 나오고, 우승하면 선수들이 세레머니하러 가는 곳) 위치인데 반대편 사이드였습니다. 경기 흐름을 보기엔 이보다 더 좋은 자리는 없는(중계석 빼고?) 그런 곳이었어요! 베르나베우에서도 티켓값 가장 비싸게 받는 곳.


산 시로(=주세페 메아차)의 VIP석 뷰


올해 결승전 프리매치 행사는 앨리샤 키스가 <Girls on Fire>, <Empire State of Mind>로 시작을 알렸고, 안드레아 보첼리가 챔스 주제가를 부르며 끝이 났습니다. 전 사실 이거 보면서 뭐지? 하며 엄청 황당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엄청 후진(…) 버전 느낌이었어요. 조명 쓰기엔 너무 밝았던데다 ESM은 뉴욕이랑 스케일면에서 너무 비교됐다고요. 너무 과해서 악평을 듣는 그(!) 프랑스보다 심했어.


양팀의 노래/응원가가 나오는 동안 레알 마드리드 서포터들이 이제는 유명한 "Hasta El Final, Vamos Real" 걸개를 걸었는데 자꾸 왼쪽 위에서 걸개를 놓쳤어요. 두 번이나. 뭔가 쎄했는데 경기력이 역시나(…)


파이널까지, 가자 레알!


주심으로 마크 클라텐버그가 배정되었다는 소식은 5월 10일에 전해졌었구요. 마땅한 리액션이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그냥 c'est pas mal(나쁜...)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부심들은 영국 국적의 사이먼 벡과 제이크 콜린이었습니다.


지난 마드리드 더비 결승때도 그랬지만 딱히 엄청난 경기는 아니었구요. 연장 끝까지 간게 대단하다면 대단했죠 으이구. 전반전엔 마드리드가 점유율을 가져가며 위협적인 모습을 몇 번인가 보여주었습니다. 초반부터 아틀레티코 역시 엄청 터프했고요.


엄청 좋았던 프리킥 찬스도 두 번인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김베일이 왼발로 찬 프리킥은 벤제마에게 기가 막히게 배달되었는데 오블락 키퍼가 귀신같이 막아냈죠. 크로스가 찬 두번째 프리킥은 퐁당퐁당 라모스에게 연결 되어서 첫 득점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라모스는 이렇게 두번의 마드리드 더비 챔스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첫 골을 득점한 선수가 되었죠. 14년 챔스 결승 93분에 그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을 때 뉴욕 집에서 보다가 울었던 기억이 스쳐지나가면서 엄청 감동 받았습니다. 라모스 오빠 역시 최고, 역시 주장님!


전반 15분, 라모스 선제골


득점 후부터 템포가 엄-청 늘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딱히 이렇다 할 플레이 없이 전반전이 그대로 끝났습니다. (아무리 우리팀이라지만 이번 결승전이 노잼이 된 데엔 너희 잘못이 크다. 감독님 너무했쪙. 물론 역대급 경기 후 4강 탈락보다는 덜 재밌어도 챔스 우승이 훨씬 좋습니다. 무감독의 마드리드 좋아했습니다 오해금지)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15초만엔가 페널티킥을 내주더니 나바스는 딜레이 시켰다고 카드를 받지 않나, 역시 쉽게 가는 법이 없구나 마드리드 이 그지깽깽이들 싶었습니다. 그랬는데 그리즈만이 실축을 해버리고! 어머나 세상에 뭐가 되려나보다! 라모스 골 들어갔을 때보다 더 환호한 것 같습니다(*3). 물론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일찍 교체되어 버리며 불길한 예감이 다시 찾아왔지만. 울면서 나가는 모습이 경기장 스크린에 비춰지는데 짠하더라구요. 얼마나 서러울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 다닐루 들어오고 30분만에 "아, 저건 서러움도 있지만 걱정 겸 불안감도 큰 몫 했겠구나"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후반전 진짜 늘어지던데 바이언전에서도 활약했다던 카라스코가 교체로 투입되어 날아다니더니 결국 동점골을 넣고야 말았습니다. 그것도 매우매우 애매한 79분에! 사실 지단의 교체 카드가 성급했고 딱히 의미가 없었던 데다가 피치 위가 어수선해서 실점을 안 했다면 그게 기적인 상황일 정도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안첼로티 감독 이후로 경기 다 챙겨보는 거 관둔지 꽤 됐는데 서브 명단 보니 스쿼드 많이 바뀐게 새삼 느껴지더군요. 그 시절엔 케디라 나가면 이스코 들어오고 디마리아가 풀타임 뛰고 마르셀로가 서브 스타팅했는데 이젠 카르바할이 나가고 다닐루가(…) 막말로 서브 퀄리티 변화가 컸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카카 나가고 외질 들어오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말입니다!


앞자리엔 마드리드에서 온 3대가(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둘) 앉아있었는데 꽤 어려보이는 아들들이 동점골 들어가니까 울더라구요. 이때까지 전 에이 그래도 십분 남았는데…라는 생각으로 애기들을 토닥토닥 위로해주며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후반 34분, 카라스코 동점골




5.


결국 연장전을 가게 되었는데 절대적으로 레알 마드리드가 불리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베일은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서 절뚝거리고 호날두는 최고의 컨디션도 아니지, 교체카드는 이미 다 써버렸는데 아틀레티코는 두장이나 남아있지. 승부차기에 가면 이길 거라는 확신 겸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제발 연장전에선 실점하지 말아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두 팀 다 힘이 빠져서인지 아틀레티코의 교체 선수들이 휘젓고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딱히 결정적인 모습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FT: 레알 마드리드 1 - 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15' 세르히오 라모스 | 79' 카라코스)


연장 전, 후반도 끝나고 짧은 휴식 도중에 앞자리 애기들이랑 승부차기는 우리가 이겨, 괜찮아, 짧게 서로 격려를 주고 받았구요. 승부차기가 시작됐습니다. 이기려고 그랬는지 미리 4강 대진 추첨때 '행정상의 이유'로 했던 홈팀 뽑기에서도 홈팀을 뽑아서 골대가 레알 마드리드 서포터 쪽이었습니다. 원래 승부차기는 운이야! 하며 크게 연연하지 않는 편인데, 이 날은 두 손 모아서 말 그대로 기도하면서 봤습니다. 앞좌석 애기들 두명도 손을 가만 두질 못하더라구요.


레알 vs AT 승부차기


1) 일단 꼬꼬마이자 그나마 가장 늦게 교체되어 들어온 루카스 바스케스가 오른쪽 아래로 차분하게 첫 골을 성공시켰고, 그리즈만도 PK 실축을 만회하려는 듯 왼쪽 아래로 나바스를 완벽히 속이며 골을 넣었습니다. 

2) 두 번째 키커는 셀로였는데 사실 셀로는 별로 걱정이 안 됐어요. 곧잘 득점도 하고 그러는 선수였으니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수비수가 골을 넣습니다! 그러고보니 키커 2/5이 수비수). 역시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또 오른쪽 아래로 아슬아슬하게 차넣으며 성공했구요! 아틀레티코의 캡틴인 가비도 왼쪽으로 강하게 공을 차넣으며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3) 세번째 키커는 김베일이었죠. 왜 마드리드는 묘하게 공격수들이 걱정을 시키는지 모르겠지만, 김베일 찰 때는 너 이적료 아직 남았다!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결승전에 강한 남자 김베일인 만큼 무난하게 또 오른쪽 아래로, 다리를 절뚝거렸지만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엄청 안쓰럽고 자랑스럽고 그랬어요. 계속 마사지 받고 그러다가 키커로 나서는데 아 우리 선수 어떡해ㅠㅠ가 절로 나오더군요. 제가 늘 김베일을 까는건 애정에 기반한 거랍니다 이적료.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스 커리어를 시작해 아틀레티코로 옮긴 사울 라울 리버스 역시 왼쪽 아래로 골을 성공시키며 3-3을 만들었습니다.

4) 네 번째는 화려한 전적이 있어 모두를 걱정시킨 세르히오 라모스였습니다. 물론 명실공히 이 날 MOM이었고 선제골도 넣었고 유로 2012에서 무려 파넨카킥을 성공시켰지만 some things in life leave a lingering impression(뭔가 찝찝한...). 딱 이때 시메오네 감독이 피치에서 아틀레티코 서포터들 보고 야유하라고 그러기도 했고요 밉상. 하지만 no worries 라는 듯 훼이크를 적당히 쳐주며 또 오른쪽 아래로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라모스가 페널티킥 성공하니 마드리디스타들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느낀 건 착각이 아닐거에요(…) 저도 환호성을 지르면서 일어섰고, 이제 됐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후안프란(아틀레티코에서 꽤 오래 뛴 걸로 기억)은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왼쪽 아래로 공을 찼지만 골대를 맞고 튕겨나왔습니다. 저 울 뻔 정말… 앞에 애기와 1차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이제 모두들 아예 일어섰습니다. 왜냐하면!


5)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키커로 나섰거든요. 최근 컨디션도 안 좋았던데다 기억하기론 실축 소식이 한 번인가 들렸어서 살짝(0.01%) 긴장했는데 또 pressure에 무너지는 타입은 아니잖아요? 무난히 성공시키며 레알 마드리드의 운데시마를 확정 지었습니다.


레알 우승 세리머니 직캠


전 친구랑 끌어안고 오마이갓을 연발하고 앞줄 애기랑 방방 뛰며 내내 캄페오네 노래를 불렀고요. 그리즈만 우는 거 보니까 찡하긴 하더라구요. 이번에 워낙 잘했어서. 그치만 뭐 그건 그거고(…) <Hala Madrid y Nada Mas(*4)>, <Campeone>, <Así así así gana el Madrid>를 챔피언스리그 우승하고 듣고/부르니 베르나베우에서 했던 것과는 감동의 차원이 달랐습니다.


경기 종료 되자마자 다시 시내로 돌아가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는데, 애초에 말이 안되는 생각이었죠. 우승 세레머니 다 보고 거의 열두시쯤이 되어서야 산 시로를 나섰습니다. 나가서 배고프니까 또 VIP 구역에서 솜사탕 먹고 DJ 아저씨 노래 듣다가 호텔 돌아가서 샤워하고 주최측 애프터 파티를 갔어요. 일정만 놓고 보면 리얼 강행군(…)이었는데 아드레날린이 확 솟구치니까 새벽이고 나발이고 나는 일단 이 excitement를 분출해야겠다가 되더군요.


카디프에서 만나요~




6.


사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시나리오 아닌가요?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서 우승하는데 직관하는 시나리오. 


저는 워낙 운이 좋아서 아무 어려움 없이 티켓을 구해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이게 너무 엄청나서 실감을 못했던 건지 모르겠지만 경기 끝나고 주최측 애프터 파티 갔다가 새벽녘에 호텔 돌아갈때까지도 현실감이 없었어요. 꿈보다 더 꿈 같은 스토리라서. 다음 날 일어나니까 그제야 실감이 납디다. 나 완벽히 탈덕한 줄 알았는데 세상에나. 그 (1n년째 챔스 우승을 못해서 모두의 속을 썩이던) 레알 마드리드가 (1년 걸러 또) 우승을 했어! 그런데 그걸 또 VIP석에서 직관을 했어!


너무 엄청난 경험이니까 입으로는 내 인생 버킷 리스트 top 10을 차지하던 것 중 하나를 이뤄냈어! 하면서도 그게 얼마나 큰지 가늠이 안 돼서 친구랑 서로 정말 꿈 같다는 얘기를 했구요. SNS에서도 상대적으로 차분했던게 아마 그런 이유가 컸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폰 달랑 들고가서 비디오 몇개 찍고 스냅챗에 사진 몇장 올리고, 인스타에 사진 한장 비디오 하나 올린게 다였으니까. 그런데 이건 정말 마드리드 교환학생 하면서 경기 열한번 직관하며 느낀 거지만, 그 순간을 기억하면 되지 사진이나 비디오가 딱히 기억을 되살려주거나 하진 않아요. 특히 축구 경기는 전문 포토그래퍼들의 고화질 사진도 널렸고 유툽엔 하이라이트가 널려 있는 걸. 


어쨌거나 이제 올해도 반 조금 넘었는데, 업다운이 많았지만 2016년은 정말 특별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밀라노에 있는 3일 간 정말 꿈 속을 둥둥 떠다닌 기분이었어요. 완전한 탈덕이란 없다는 것도 느꼈고. 2002년 한국-프랑스 평가전에서 지단을 처음 보고(부상 당해 나갔던 경기였지만) 아 축구는 레알 마드리드구나! 하고 보기 시작한 클럽 축구였는데, 그 지단이 감독으로 데뷔한 해에 레알 마드리드와 현장에서 함께 빅이어를 들어올렸다니 감회도 남다르고 저에겐 의미도 각별하고, 여러가지로 행복한 3일이었습니다. Hala Madrid y Nada Más! 



·사진 - 김실바 (풀타임 학생, 파트타임 축구팬)

영상 - Daum/SPOTV, 김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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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기업 스폰서와 방송사 파트너들에게 주어지는 티켓, UEFA 티켓 등등. VIP 티켓 중에서도 티어가 나뉘고 이것저것 복잡하지만 편의상 VIP 티켓으로 묶어서 불렀습니다.
*2: 산 시로냐 주세페 메아차냐를 두고 논쟁이 많이 있는 걸로 압니다. 저도 공식 명칭은 주세페 메아차라서 이 명칭만 써야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UEFA 티켓엔 산 시로라고 써있고 도로 표지판도 대부분 산 시로라고 표시 되어 있었습니다. Just saying!

*3: 이건 사실 직관하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게, 프리킥 이후 골대 앞이 혼전이었던 라모스의 득점 상황과 PK라서 시야가 탁 트이고 잘 보였던 실축 상황과는 보이는게 다르니까요. 안방 시청과 직관의 트레이드 오프(!)라고 할수 있는 부분입니다.
*4: 이제 보니 플라시도 도밍고(well-known 마드리디스타) 옹이 다시 부르시고 선수들이 피쳐링(…) Y Nada Más 버전이 새로 릴리즈 되었군요. 그래, 2014년 데시마 버전은 임팩트는 있었어도 노래 가창력은 별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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