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만든 영화_01

장편독립영화 -1년간의 제작노트

by 구쩜사오

프롤로그


'우리는 매번 선택받는 입장이잖아.'
'솔직히 애매한 단편영화들 보다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해보자! 해보고 나서 겪어보고 느끼면 되잖아.'
'우리도 할 수 있다니까.'


배우들의 술자리는 짓뭉긴 자존감을 허세로 세우고 술 한잔에 현재의 고통과 막막함을 감추고 알딸딸한 기분에 후회같은 감정을 묻어버린다. 작품이 없이 그저 술을 먹기 위해 마시는 술자리, 매번 반복되는 자리는 그야말로 안해도 되는 자리다. 하지만 기댈 곳도 없고 뒹숭숭한 마음에 그렇게 또 모여서 술을 마신다. 없는 돈에 순댓국에 소주2병을 비우고 그렇게 3시간을 때운다. 그렇게 반복되던 매년.


어느 날 우리가 영화를 만들자고 했다.


'왜? 뭐? 우리는 언제까지 선택을 기다려야해?'

'그래! 우리는 빽도 아무것도 없고 라인도 없지. 그렇지만 건강한 몸땡이 있잖아!"


'영화 별거 없어. 시나리오만 쓰면 그냥 쭉쭉 프리단계 찍고 영화 만들고 영화제출품하고 개봉하는거야!.'


술자리에서 느닷없는 진지한 이야기.

나는 은총형과 정말 간만에 진지하게 우리의 영화에 대해서 얘기했다.


사실 우리는 2015년에 배우들끼리의 연기스터디를 만들었고 그렇게 배우훈련을 꾸준히 했다.

연기훈련하고 피드백하고 그것만하다보니까 좀 더 발전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고 2016년에는 우리끼리 돌아가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냥 오늘일도 좋고 사랑도 좋고 액션도 좋고 그렇게 닥치는대로 썼다.

그러고 나니 '단편영화'를 찍게 됐다. 스터디인원 7명.

감독,조감독,배우,스탭 등등 모두 다 우리끼리.

작업을 하다보니 아니, 일로 뭉쳐보니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단편 3편을 만들었지만 서로에게 지치고 또 지쳐있었다. 그렇게 남은건 은총형과 나 단 2명.


사실 배우로 살아가는 건 힘들지 않다. 재밌어서 좋아서 하는 거고 내가 선택한거니까.

그런데 막막하다는 거.

우리는 '승진'이 없다. 그래서 언제 월급이 인상될지 집은 살 수 있을지 차는 살 수 있을지 결혼을 할 수 있을지 그 모든 것이 막막하다.

막막한 인생 속에 막막한 사람들끼리 뭉쳐있다는 건 더욱.


그 날도 그랬다.

어두운 두 남자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여자이야기, 지인이야기, 연예인이야기, 작품이야기등등 그렇게 닥치는대로 허전함을 잊으려 떠들어대다가 진지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은총형은 연출을 할 수 있었고 나는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


'형! 내가 시나리오를 써볼께요. 그걸 보고 좋으면 영화만듭시다.'

'돈! 아직은 생각하지말고 우선 시나라오부터 쓸테니까.'


그렇게 나는 시나리오를 썼다.

내가 썼던 시나리오초고는 은총형의 손에서 연출자의 시선으로 수정되었고 2017년 6개월을 제작과 캐스팅, 미팅, 콘티, 로케구하기, 촬영을 했다. 편집3개월을 거쳐 우리는 2017년 말에 자체시사회를 했다.


우리영화는 모든 영화제에서 떨어졌다.

결과는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겪었던 그 1년이......

정말로 그렇게 값어치 없었던가 생각한다.


당시보다는 더욱 성장하고 발전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만든 영화 (미처몰랐던건) _출처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