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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Nov 01. 2022

공무원 질병휴직, 우울증 진단서가 나왔다.

결근이고 나발이고 나는 모르겠다, 무너지는 나를 어떻게든 붙잡아야겠다, 그렇게 마음먹고 소견서와 상급병원 진료의뢰서를 사무실에 던지듯 줘버렸다.

후련했다. 걱정이 되고 더 불안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속이 다 시원했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지 싶었고 차라리 잘 되었다는 마음이었다. 소문날 텐데? 하는 마음도 잠시, 찍히면 찍히고 말지. 차라리 그게 더 낫지. 이 조직은 일 못하는 사람 일 안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곳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나는 출근을 하지 않았고, 질병휴직을 위해 병원에 종합심리검사(풀배터리검사)를 예약했다.

나는 이 검사가 이렇게 힘든 줄 미처 몰랐다. 안 그래도 우울증 신체화 증상 중 하나-집중력이 굉장히 떨어지는 증상을 겪고 있던 터라 장장 네 시간이 넘는 검사는 정말 힘들었다. 무슨 아이큐 테스트 같기도 한 이 신기한 검사에는 숫자 계산하기, 퍼즐 맞추기 같은 것도 있고 컴퓨터를 보고 자판을 누르는 검사도 있고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것을 말하는 것도 있었다.

이 모든 검사 후에는 잠깐의 면담도 있었다.


결과지가 나오는 데에는 이주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엔 정말 많이 긴장되었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있었지만 무엇보다 상급병원 입원 권유까지 받았던 터라 내 상태가 너무 심각하게 나오면 받을 충격이 걱정스러웠다.

결론은 일단 스트레스가 과하게 쌓였다는 것이었다. 스트레스가 과도해서 자기 억제력을 잃어 충동성이 높은데, 이걸 억압하느라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했다. 불안과 우울 정도도 높다 하고 대인관계는 피상적이나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했다.

게다가 나의 기질과 내가 맡았던 업무가 전혀 맞지 않은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했다.


다 내가 아는 이야기, 생각해봤던 것들이지만 검사 결과에서 이렇게 쓰여있으니 참 문제 많은 인간이구나 싶어 눈물이... 콧물이... 팡팡...

어떻게 해야 이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어 막막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검사 결과가 나오니 진단서도 나왔기 때문이다. 상태가 심각한 만큼 6개월 이상 부정 장기간 동안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6개월 이상 진단서를 줘야 인원 보충을 해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내가 이 와중에도 직장 걱정을 한다 싶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6개월간의 질병휴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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