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인지하든 안하든 내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병원을 찾는 게 맞다. 이 때 어느 종류의 병원을 선택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했다.
개인의원과 대학병원. 어느 쪽으로 가야할까?
결론만 놓고 얘기하면 개인의원이 낫다.
특별한 경우-입원을 권하는 등의 심각한 케이스-가 아니면 말이다.
나는 사실 입원을 권유받을 정도의 상태였으나 개인의원을 택했고 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우울증이든 뭐든 정신질환은 오랜기간 병원에 다녀야 한다.
또 초기에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 이상 꾸준히 자주 내원해야 한다.
그런데 정신과에 가기로 마음 먹은 상태라면 이미 어느정도 상태가 악화되어있을테다.
어지간해서는 그냥 스트레스때문인 것 같고, 남들도 다 이러고 살텐데 내가 유별나지
보통은 그런 생각들로 병을 방치한다.
내가 그랬다.
그래서 자의로 병원을 가게 되었을 때는 이미 심각한 상태다.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고 발한걸음 내딛는 것도 어렵단 말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구구절절 내 상태를 설명해야 한다는 건 지옥일 거다. 심지어 대학병원이라면 예약부터가 어려운 데다 접수하고 그 길고 긴 시간을 대기한 뒤 고작 몇 분 남짓 상담 후 약을 타온다면 그 자체가 얼마나 큰 미션이 될거냔 말이다. 끔찍하다.
개인의원도 가보면 알겠지만 대기가 엄청나다. 이 동네 사람 다 이 병원에 모여있나 싶을 정도다. 남녀노소 불문 바글바글하다.
이 정도면 대학병원은 안가봐도 뻔하겠지싶다.
접근성도 아주 중요하다. 내 집 코 앞에 대학병원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일반 직장인이 언제 반차쓰고 연차써서 편하게 병원에 들락거릴 수 있겠는가.
사실 금액적인 부분도 무시하지 못한다.
약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데 보통 약값을 포함해서 만오천원 내외의 진료비를 낸다.
대학병원은? 훨씬 더 내야할 것이다.
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증상을 말하고 약을 받아오는 거다.
개인의원이라고 의사의 능력이 대학병원보다 못한것도 아니고 어차피 약 똑같이 줄거다.
장기 레이스전인데, 한두 번가고 말 것도 아닌데 어지간하면 집 근처에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가는 게 좋다.
요즘은 네이버로 검색하면 병원 별점 후기도 볼 수 있으니 친절한 곳으로 가면 될 것이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대학병원이 더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병원에 가는 것부터가 어려움이었던 나처럼 누군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 고민을 덜어주고 싶었을 뿐이다.
일단은 참지말고 어서 어서 병원을 갔으면 좋겠다.
처음이 어렵지, 일단 가기 시작하면 의사와 시간이 알아서 다 해결해준다.
그렇게 믿고 꼭, 지금 당장 병원에 예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