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게 되었다면 두 가지 카드 앞에서 망설이게 될 것이다.
휴직이냐, 의원면직이냐. 사실 누구든 그렇겠지만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 사람들, 모두 지긋지긋하고 꼴도 보기 싫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정이 뚝 떨어진 이 조직을 아예 벗어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휴직을 택했다. 솔직히 의원면직을 하고 백수가 된다는 게 너무 두려웠다. 가뜩이나 힘든 내게 더 큰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 지경에 일자리까지 알아봐야 했다면 나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히 질병휴직이 되었고 현재 거의 일 년 가까이 쉬면서 느낀 것은 이렇게 하길 참 잘했다는 것이다.
일단은 나를 괴롭게 하는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꼭 사표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질병휴직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는데 이용해먹어야 한다.
적은 돈이나마 나오는 월급도 있고 소속도 여전하니, 나의 건강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많이 호전되었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에서, 사람에서 잠시 나를 분리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약효는 최소한 한 달 이상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니 조급히 마음먹지 말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 기다려야 한다.
휴직이 정 어렵다면 병가든 연가든 사무실에서 나를 분리시킨 뒤 질병휴직을 신청하자.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생각이 정리가 된다.
정말 의원면직이 답인지 아닌지는 미래의 나에게 맡겨두고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나한테 갑자기 많은 걸 바라지 말아야 한다. 의원면직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지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내리기에는 너무 무모하다. 차근차근 내 상태를 봐가며 결정해도 충분하다.
아직 병원에 가지 않았다면 병원 가는 게 급선무다. 어서 병원부터 찾자.